햇볕이 아깝잖아요 - 나의 베란다 정원 일기
야마자키 나오코라 지음, 정인영 옮김 / 샘터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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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2022.6.7.

인문책시렁 220


《햇볕이 아깝잖아요》

 야마자키 나오코라

 정인영 옮김

 샘터

 2020.3.20.



  《햇볕이 아깝잖아요》(야마자키 나오코라/정인영 옮김, 샘터, 2020)를 읽었습니다. 저는 시골에서 살기에 “햇볕이 아깝다”처럼 말하지 않습니다. 시골사람이라면 “햇볕이 좋다”나 “햇볕이 곱다”나 “햇볕이 넉넉하다”나 “햇볕이 따뜻하다”처럼 말합니다.


  저는 시골 아닌 큰고장·서울에서 살던 무렵에도 “햇볕이 좋다”나 “햇볕이 즐겁다”나 “햇볕이 아름답다”처럼 말했어요. 햇볕은 아까울 수 없어요. 햇볕은 아름다울 뿐이고, 이 아름다운 햇볕을 받으면서 누구나 푸르게 자라고 싱그러이 숨쉰다고 느낍니다.


  풀꽃나무는 해바람비를 먹으면서 살아갑니다. 가둔 곳에서는 ‘살아남기’요, 트인 터전에서 온몸으로 해를 먹고 바람을 마시고 비를 들이켜야 비로소 ‘살아가기’입니다. 그러면, 풀꽃나무를 밥살림으로 삼을 적에는 어떤 푸성귀나 열매나 낟알을 누려야 사람몸에 이바지할까요? 비닐집에 가둔 채 풀죽임물하고 죽음거름(화학비료)을 듬뿍 칠 적에 이바지하는가요?


  온통 잿빛으로 뒤덮은 곳에서 삶을 짓기에 꽃그릇을 따로 써야 하겠지요. 그렇다면 잿빛을 조금씩 깨기를 바라요. 빈터를 늘리고 부릉이(자동차)를 치워 봐요. 씨앗이 뿌리내릴 틈을 늘리고, 맨발로 흙을 밟을 자리를 늘려요.


  아까운 햇볕을 생각하지 마요. 아름다운 햇볕을 품어요. 사랑스러운 햇볕을 그리고, 즐거운 햇볕을 너나없이 나누는 새길을 꿈꾸기를 바랍니다.


ㅅㄴㄹ


누구의 소유도 아닌 장소, 누가 무엇을 해도 상관없는 장소는 이미 지구상에서 사라진 것일까. (14쪽)


볕이 강하게 내리쬐는 시간이 아깝게 느껴져 볕이 닿는 곳에 화분을 두고 그림자가 이동하면 다시 볕을 쫓아 화분을 옮긴다. 빛과 물만으로도 쑥쑥 자라는 초록이들이 신기하다. (33쪽)


그렇게 작은 것들을 계속 바라보면 우주로 이어진다. 그래서 나는 베란다에 집중하고 싶다. (41쪽)


떡잎은 어처구니없이 귀엽다. 그 귀여움은 본잎과 비교할 수도 없다. (131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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