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곁말/숲노래 말빛

곁말 58 길든나라



  길이 드는 갈래는 여럿입니다. 첫길은 그대로 따라가는 몸짓입니다. 두길은 꾸준히 가다듬고 되풀이하면서 쓰기에 좋은 살림입니다. 석길은 남이 시키는 대로 고분고분한 매무새입니다. 넉길은 다시금 애쓰며 솜씨를 키우는 삶입니다. 닷길은 스스로 생각을 잊은 채 휘둘리는 굴레입니다. 길에 들기에 나쁘거나 좋지 않습니다. 마실길이 있고 나들잇길이 있는걸요. 삶도 삶길이라 하며, 살림도 살림길이라 합니다. 이곳에서 저곳을 바라보면서 너머로 나아가려 하기에 ‘길’입니다. 다만, 이 길이 삶길이나 살림길이나 사랑길로 피어나려면 ‘우리 스스로 생각’을 할 노릇입니다. 생각을 잊거나 잃으면 심부름만 해요. ‘길든나라’로 빠집니다. ‘길든넋’일 적에는 ‘스스로넋’이 아니니 누가 시키지 않으면 안 움직여요. 쇠밥그릇에 갇힙니다. ‘길든이’라면 “우리에 갇혀 배불리 먹는 길든 짐승”하고 매한가지예요. 우리를 높이 세워 바깥에서 못 건드리니 즐거운 삶일까요? 우리가 높아 밖에서 넘보지 못한다지만 ‘우리짐승’은 곧 ‘사람먹이’로 죽을 목숨이에요 들빛으로 살고 숲빛으로 노래하는 사람이며 짐승이며 풀꽃나무이며 새일 적에는 하루가 싱그럽고 새롭습니다. 스스로 길을 찾되, 둘레를 길들이려는 마음은 씻어내기를 바라요.


길들다(길들이다) : 1. 어느 일·자리·흐름·때·모습·몸짓에 부드럽거나 그대로 따르거나 맞추어서 하다 2. 오래·내내·꾸준히·자주·자꾸 만지거나 다루었기에, 보거나 쓰기에 좋다. 3. 시키는 대로 하거나 따르도록 가르치거나 이끌다. 4. 오래·내내·꾸준히·자주·자꾸 하는 동안에 천천히 솜씨가 늘어 어느 만큼 할 줄 알다. 5. 스스로 생각하거나 나서거나 하거나 움직이거나 말하지 않다. 남이 시킬 적에만 그대로 하거나 움직이거나 말하다. (= 길든이·길든넋·길든나라 ← 순응, 순종, 습관, 습속, 우민愚民·우민화·우민정책, 삼에스정책·3S·三S政策, 관례慣例, 관행, 관습, 벽癖, 훈련, 세뇌, 내면화, 주입, 주의主義·주의자, 이즘ism, 홀릭holic, 중독, 속물, 노예·노예화, 종속, 사육飼育, 훈육, 영향, 체화, 내재·내재화)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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