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5.9.


《농본주의를 말한다》

 우네 유타카 글/김형수 옮김, 녹색평론사, 2021.3.12.



산들보라 씨가 문득 숲노래 씨를 부르더니 한 마디. “자, 눈감고 입을 벌려요.” 눈을 감고 입을 벌리니 우리 집 멧딸기를 쏙 넣는다. “보라 씨가 드시지요.” “저는 많이 먹었는데요.” 그래, 작은아이는 먼저 실컷 훑어서 누리고서 몇 알쯤 어머니 아버지 누나한테 건네준다. 슬몃슬몃 붓꽃이 오르고 찔레꽃이 흐드러지고 꽃찔레(장미)가 소담스러이 온집안을 밝히는 하루이다. 꽃내음이 가득한 마당에 빨래를 널면 옷가지에는 저절로 이 냄새가 밴다. 그러고 보면 우리 몸이며 옷은 우리 삶터에서 흐르는 기운이 스민다. 숲노래 씨가 하루이틀쯤 서울만 다녀오면 “아, 아버지 몸에 서울냄새!” 하면서 코를 막는다. 마땅한 일인데, 서울이건 부산이건 광주이건 순천이건 대전이건 인천이건 원주이건 청주이건 …… 우리나라 어느 곳을 다녀오건 등짐을 내려놓고 등허리를 토닥이고서 바로 씻고 머리를 감는다. 이런 뒤에 며칠쯤 해바라기·바람바라기를 하면 비로소 서울냄새가 가신다. 《농본주의를 말한다》는 줄거리가 알뜰하다고 느끼되, 글결은 ‘일제강점기 찌꺼기’투성이라 할 만하다. 흙살림길(농본주의)을 말하면서 막상 흙말이나 숲말은 한 자락도 안 보인다. 왜 그럴까? 흙길이며 숲길을 부스러기(지식) 아닌 삶으로는 못 나눌까?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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