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2022.5.19.

숨은책 703


《리라국민학교 글짓기장》

 강정미 글

 리라국민학교

 1975∼1976.



  1975∼76년 사이 배움터 모습을 찍어 겉에 담은 《리라국민학교 글짓기장》에는 “분식하면 허약없고 혼식하면 가난없다”는 걸개글이 큼직하게 붙습니다. 이때뿐 아니라 열 해 뒤인 1985∼86년에도 똑같은 걸개글이 온나라에 붙었고, 아이들은 “도시락 검사”를 받으며 얻어맞았습니다. 흰쌀은 1/3을 넘기면 안 되고, 보리나 콩이나 조나 귀리를 꼭 섞어야 했습니다. 어린이도 어른 눈치를 보느라 꾸밈글을 쓸 때가 있으나, 어린이라서 스스럼없이 삶을 옮겨놓습니다. 어제를 어린이 눈길로 되새기고 오늘을 어린이 마음으로 가꾼다면 우리 삶터는 확 달라지리라 봅니다.



전화가 왔는데 사무실에 있는 언니가 탱크가 지나간다고 빨리 오라고 했다. 동생과 같이 뛰었다 … 우리나라가 자랑스럽고 언젠가는 남북통일이 되어 평화스러운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1975.10.1.)


언니가 4명 오빠가 2명 동생이 1명이다 … 사춘오빠와 사무실사람 4명, 또 일하는 언니 둘, 세들은 사람까지 다 합하면 18명이나 된다 … 우리 집에 세들은 흑인 아저씨는 마음도 착하고 … (1976.10.12.)


그때는 아빠가 한강주유소를 하셨는데 그 주유소에 갔다가 주유소 바로 앞에 있는 구멍가게에 가서 사탕이랑 과자를 사 가지고 나오는데 … 택시랑 정면으로 받았다. 그 장면을 본 엄마는 “내 딸 죽었구나” 하시며 엉엉 울며 뛰어오자 그 택시가 뺑소니를 치려해 겨우 붙잡았는데 내가 차밑에서 기어나오며 “에이씨 옷 다 버렸어. 어떻게 엄마” 하며 옷이 온통 흙탕물에 범벅이 되어 웃으며 기어나왔다 한다. (1976.10.12.)


“그게 아퍼? 남자가 뭐가 아프대 그 까짓걸 가지고” 하고 한마디 하면 “남자는 무조건 안 아퍼? 남자는 아무리 맞아도 안 아프냔 말이야. 때려 놓고서는 큰소리야. 여자라고 봐주니깐” 하고 입에서 나오는 대로 내뱃는다. ‘여자라고 봐주니깐’이란 소리가 머리에 남는다. 나는 그런 소리가 가장 듣기 싫다. (1976.10.)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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