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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커튼을 심자 ㅣ 떡잎그림책 9
루리코 지음, 노구치 요코 그림, 엄혜숙 옮김 / 시금치 / 2020년 3월
평점 :
숲노래 그림책 2022.5.14.
그림책시렁 959
《초록 커튼을 심자》
루리코 글
노구치 요코 그림
엄혜숙 옮김
시금치
2020.3.10.
고흥에 처음 깃들 무렵 마을집에 으레 파랗고 커다란 통이 있어 뭔가 아리송했습니다. 둘레에 물어보니 ‘염산통’이고, 가까운 바닷마을에서 김을 씻을 적에 쓴다고 알려줍니다. 다 쓴 염산통은 쓰레기처럼 곳곳에서 굴러다니고, 들마을에서는 이 염산통을 물통이나 풀죽임물통으로 쓴다더군요. 손이 적게 가고 돈을 많이 벌자면 염산에 풀죽임물에 비닐에 플라스틱을 잔뜩 씁니다. 이다음을 헤아리는 시골 할매할배가 드뭅니다. 농협도 나라도 팔짱을 끼거나 외려 더 많이 사고팔아서 쓰레기를 낳을 뿐입니다. 《초록 커튼을 심자》는 “푸른담을 이루자”는 줄거리를 들려줍니다. 아주 조그마한 씨앗 하나를 심어 미닫이 곁이나 담벼락을 꾸미면, 천천히 덩굴이 뻗으면서 우리 보금자리를 푸르게 덮으며 물결친다고 이야기해요. 사람이 할 만한 일은 어렵지 않습니다. 풀죽임물이나 죽음거름이나 비닐로 골머리를 앓을 까닭이 없습니다. 씨앗 한 톨이면 넉넉하고, 푸르게 우거지는 조그마한 숲을 집이며 골목이며 마을에서 누리면 됩니다. 들풀이 돋는 자리는 아이들이 맨발로 뛰놀기에 즐겁습니다. 들꽃이 피는 자리는 어른이 나물을 하기에 반갑습니다. 텃밭을 대단히 일구어야 하지 않아요. 스스로 푸른 손빛에 눈빛에 마음빛이면 넉넉합니다.
ㅅㄴㄹ
#菊本るり子 #のぐちようこ #みどりのカテンをつくろう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