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4.26.


《마음의 수수밭》

 천양희 글, 창작과비평사, 1994.10.31.



지난밤부터 벼락비가 내렸고, 봄들녘을 허벌나게 적시더니 천천히 빗줄기가 그치고, 저녁에 이르러 갠다. 홍성에서 길잡이(교사)로 일하는 이웃님이 아이들을 데리고 제주마실을 가는 길에 고흥에 들르신다. 고흥에 그냥 찾아오기는 만만하지 않다. 곧장 들어오는 시외버스를 찾기도 쉽잖고, 몇 없으며, 그나마 읍내부터는 움직이기가 힘들지. 스스로 부릉이(자가용)를 끌고 오지 않고서는 잘 찾아오지 못하는 시골이다. 이웃님네 큰아이가 우리 책숲에서 대뜸 집은 책은 《밀림의 왕자 레오》이다. 알아보는 눈이 밝구나! 건사할 책(보관본)으로 장만해 두었으나 우리 아이들한테 안 읽힐 수 없어 비닐을 뜯었고, 아이들 손때를 엄청 탔다. 한 벌 더 장만하고 싶으나 테즈카 오사무 님 그림꽃책을 되사기는 참 어렵구나. 《마음의 수수밭》을 읽었다. 1994년에 처음 나온 노래책이네. 그해에는 이 노래책이 눈에 안 들어왔다. 서른 해 즈음 지나서 읽자니 너무 말장난스럽다. 아마 지난날에 들추었어도 똑같이 말장난스럽다고 느꼈으리라. 노래는 노래인데 왜 자꾸 ‘고귀한 문학예술로 멋을 부려야 한다’고 여길까? 밤에 구름이 걷힌다. 별이 빛난다. 이튿날 제주로 들어설 이웃님도 오늘 별밤을 누리고 이 별빛을 온마음으로 품어 주시기를 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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