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4.24.


《셜리》

 모리 카오루 글·그림/김완 옮김, 북박스, 2007.9.27.



어느새 책더미가 겹겹이 있다. 이 책더미를 줄이려고 애쓰다가도 ‘책더미를 줄이려는 생각’은 새삼스레 책더미를 낳을 뿐일 텐데 하고 느낀다. 할 일을 차근차근 하고, 이 삶을 이 삶대로 바라보면서 어루만지면 어느 날 문득 모든 책이 책시렁에 알맞게 자리를 찾아서 떠나리라. 고흥은 진작 더운 낮이다. 아침저녁으로 서늘하되, 낮은 여름이다. 우리 집 나무가 가지치기에 시달려 키가 몹시 작던 2013년 무렵까지는 봄부터 매우 더웠고, 겨울에 몹시 차가웠다. 나무가 우람하게 마당이며 뒤꼍을 덮는 2014∼15년 즈음부터 여름은 시원하고 겨울은 포근하다. 빛꽃(과학)을 다루는 이들은 나무 한 그루가 바람날개(에어컨) 서른보다 훨씬 시원하게 둘레를 감싼다고 말하지만, 포근불(난로) 서른이 저리 가라 할 만큼 따뜻하게 감싸는 대목은 말하지 못하더라. 《셜리》를 읽었다. 모리 카오루라는 분이 《신부 이야기》를 왜 그리는지 알 만하더라. 좋아하는 모습을 좋아한다는 마음으로 그리면 부드럽고, 이 좋아하는 눈빛을 차츰차츰 ‘사랑’으로 키우면 아름답겠지. 다만, 그림님은 늘 ‘좋아함’에서 그치고 ‘사랑’으로는 넘어서려 하지 않더라. 뭐, 그래도 나쁘지는 않다. 나쁘지는 않지. 아름답지도 않고 나쁘지도 않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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