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4.21.
《민물고기를 찾아서》
최기철, 한길사, 1991.1.10.
어젯밤 고흥으로 돌아오는 길에 대전 마을책집 두 곳이 어떠한 숨빛으로 책이웃을 마주하는가 하고 헤아리면서 ‘책집노래’를 적었다. 푹 자고 일어난 아침에 노래꽃(동시)을 손질해서 옮겨적는다. 집안일을 한참 하다가 마감을 앞둔 우체국으로 바람처럼 달린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천천히 발판을 구른다. 옆마을 논둑 흰민들레가 씨앗을 동그랗게 맺으며 퍼지는 모습을 본다. 봄볕을 듬뿍 안으면서 집으로 돌아왔고, 저녁을 차리고서 등허리를 토닥이고 새삼스레 눕는다. 《민물고기를 찾아서》를 오랜만에 되읽어 보았다. 1994년에 이 책을 처음 만났다. 그때에는 인천부터 서울 이문동까지 전철을 달리는 길에 으레 책 서넛을 읽었는데, 어느 날 이 책을 쥐고서 서울로 가던 납작길(지옥철)에 누가 말을 걸었다. 그분은 생물학을 배운다고 하면서, 마른오징어처럼 납작이가 되는 이 끔찍한 전철길에 민물고기책을 읽는 젊은이가 다 있네 싶어 놀랍고 반가워서 말을 걸어 보고 싶었다고 했다. 이제 와 돌아보면, 무시무시한 납작길에 나비도감도 읽고 들꽃을 다룬 책도 읽고, 갖가지 책을 읽었다. 사람이 사람한테 찡겨 숨막히는 곳이었으나 한 손을 위로 뻗어 손가락으로 살살 다음 쪽을 넘기며 책을 읽었기에 불구덩에서 살아남았을 수 있다.
ㅅㄴㄹ
덧말 :
나한테 말을 건 분은
ㄱ대학교 생물학과를 다니는 윗내기였는데,
내가 생물학을 하는 대학생이 아닌,
통번역 공부를 한다는 말을 듣고,
그런 쪽을 배우는 사람이
어떻게 민물고기책을 읽느냐고
더 놀라워했다.
그래서 나는 통번역을 배우기 때문에
통번역을 하려면 모든 갈래 모든 앎길을 꿰어서
우리말하고 바깥말을 잇는 다리가 될 테니
가리는 책이 없이 다 읽는다고 들려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