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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반려동물과 함께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해요? ㅣ 어린이 책도둑 시리즈 20
이유미 지음, 홍윤표 그림 / 철수와영희 / 2022년 3월
평점 :
숲노래 어린이책 2022.5.3.
맑은책시렁 269
《선생님, 반려동물과 함께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해요?》
이유미 글
홍윤표 그림
철수와영희
2022.3.21.
《선생님, 반려동물과 함께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해요?》(이유미, 철수와영희, 2022)를 읽었습니다. 어릴 적 여러 일을 떠올립니다. 요사이는 집고양이를 돌보는 분이 많은데, 우리나라는 2000년 무렵까지 집개를 돌보는 분이 많았습니다. 다만 마당집이 아니고서야 집개를 돌볼 엄두를 거의 내지 않았고, 아무리 집에서 개를 돌보더라도 ‘땅을 디디고 흙냄새를 맡고 흙구덩이를 파야 삶다운 삶을 누리는 개’인 터라, 잿빛집(아파트)에서 섣불리 곁개(반려견)를 두려 하지 않았어요.
손바닥만 한 마당이어도 모두 마당이에요. 마당 있는 작은집은 골목을 사이에 두고 이웃집하고 만납니다. 다시 말해, 지난날 집개·곁개는 작은집을 지키는 몫이자 아이들 놀이동무였고, 마을 누구한테서나 이쁨받는 숨결이었어요. 그래서 ‘마당 없는 잿빛집’이 하나둘 늘고, 이런 잿빛집으로 떠나는 분들은 ‘마당에서 돌보던 곁개’를 눈물을 머금고서 ‘마당 있는 이웃집’한테 넘기곤 했습니다.
마당을 못 누리는 오늘날 높다란 잿빛집은 겹겹이 쌓아올립니다. 곁개를 돌보는 분들이 이따금 마실(산책)을 시키며 땅을 밟고 흙냄새를 맡도록 해준다지만 큰고장 잿빛집에서는 개한테 턱없이 모자라게 마련입니다. 집고양이도 매한가지예요. 이러다 보니, 이제는 예전과 달리 아이어른 모두한테 ‘곁짐승(반려동물)’을 ‘큰고장 잿빛집살이’에서 어떻게 바라보고 마주해야 할 만한가 하는 이야기를 따로 책으로까지 쓰고, 이러한 이야기를 펴는 자리가 생기는구나 싶습니다.
언제나 그렇습니다만, 길은 매우 쉽고 하나입니다. 잿빛집을 이제 버리거나 떠나고서 ‘마당 있는 집’으로 옮기면 되어요. 개도 고양이도 해바람비를 실컷 누릴 뿐 아니라, 어린이도 푸름이도 해바람비를 늘 맞이하면서 어우러질 적에 다같이 튼튼하고 즐거우면서 아름답게 빛나는 나라요 마을이요 살림집으로 피어나리라 생각합니다.
그나저나 《선생님, 반려동물과 함께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해요?》룰 읽다 보니, 글님이 “동물과 함께 사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평생 책임지겠다는 마음이에요(40쪽).” 하고 말하는데, 왜 ‘평생 책임’이 ‘가장 큰일’이라고 말할까요? 어린이한테 너무 힘들고 짐스러운 말이 아닌가요? 아이도 어른도 ‘목숨(생명)을 맡기(책임)’가 아닌 ‘목숨을 사랑하기’를 들려주어야 알맞을 텐데요? 곁짐승 모두 곁에 둘 짐승이기 앞서 숲에서 살아온 숨결인 줄 느끼고 제대로 바라보면서 사랑할 적에 비로소 곁에서 돌보는 길을 곱게 찾아내리라 봅니다.
ㅅㄴㄹ
‘애완동물’에서 ‘반려동물’이 되었다고 동물의 신분이 달라진 것은 아니에요. 동물을 바라보고 대하는 우리의 마음이 달라졌을 뿐이죠. (17쪽)
사료 회사들은 반려동물이 좋아하는 맛과 향을 강조하지만 정말 그런지는 알 수 없어요. 동물 입장에서는 달리 먹을 게 없는 상황이니까요. (58쪽)
햄스터들은 사람 손을 좋아하지 않아요. 우리야 귀여워서 자꾸 만지고 싶지만 손으로 주물럭거리며 놀면 햄스터가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습니다. (86쪽)
저는 다양한 방식으로 동물들이 슬픔을 표현하는 것을 보았어요. 다만 우리가 주의를 기울이지 못해 눈치채지 못하는 것뿐이죠. (108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