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4.17.


《아내의 시간》

 이안수 글·사진, 남해의봄날, 2021.11.30.



새벽하고 저녁·밤으로 소쩍새 노래를 듣는다. 스스로 삶걸음을 돌아보면, 스물아홉 살 무렵까지는 ‘새노래’보다는 ‘새소리’라는 말을 썼다. 그때까지는 인천·서울을 오가며 일터하고 책집에서 온하루를 보내었다. 그때에는 이웃 숨결인 멧새가 ‘소리’를 낸다고만 느꼈다면, 이오덕 어른 글을 갈무리하려고 충청살이를 할 즈음부터 “그래, 난 여태 ‘소리’만 드문드문 들었다면, 이제부터 ‘노래’를 듣는구나. 이오덕 어른이 《나무처럼 산처럼》이란 책을 써낸 밑넋을 알겠어.” 하고 생각했다. 이오덕 어른이 숨을 거둔 다음 나온 노래책(시집)을 보면 ‘딸(딸기)’ 이야기가 그득하다. 어쩌다 보는 들딸이나 멧딸이 아닌, 삶터에서 봄빛으로 맞이하는 딸빛이니 저절로 노래하고 사랑하면서 이 기쁨을 이녁 이웃한테 들려주고 싶으셨겠지. 저녁에 우리 책숲을 다녀오는 길에 하늘을 보며 빛무지개(오로라)를 보는 듯한 구름빛을 누린다. “벼리 씨, 보라 씨. 저 밤구름이야말로 빛무지개네!” 《아내의 시간》을 읽고서 한참 생각해 보았다. 뜻깊은 책이되 글님이 곁님 마음으로 스미지 못한 채 내놓았다고 느낀다. 글님은 아직도 곁님을 ‘이쁘게’만 보시더라. ‘이쁘게’가 아닌 ‘사랑스럽게’ 보시면 글도 빛꽃(사진)도 아주 다르리라.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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