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빛 2022.4.14.
오늘말. 붓빛
낱말책을 엮자면 숱한 글을 읽고 온갖 말을 새깁니다. 둘레에서 어떤 말을 어떤 결로 펼치면서 수다꽃인가 하고 살핍니다. 멋앓이에 사로잡힌 글빛을 보다가, 아름답구나 싶은 글밭을 만나고, 보기좋게 꾸미려는 글치레에 혀를 내두르다가, 굳이 멋있지 않아도 될 글길에 휘둘리는 모습을 읽습니다. 적잖은 사람들은 으리으리한 집이나 옷이나 부릉이(자동차) 같은 겉모습을 내세워 속마음을 숨기려 하더군요. 멋잡이로 보이면 속빛을 덮어씌울 수 있다고 여겨요. 그렇지만 참멋은 겉에서 피어나지 않아요. 푸나무가 꽃을 피우려면 뿌리에 줄기에 가지에 잎이 있어야 할 뿐 아니라, 해바람비가 고루 어우러집니다. 뒷길로는 멋스럽지 않습니다. 몰래 하는 짓도 멋지지 않아요. 다같이 모여서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다가 어느덧 이야기숲으로 나아가는 자리란, 끼리끼리도 알음알음도 없이 어우러지는 열린마당입니다. 해를 쬐고 바람을 마시고 비랑 놀아요. 들꽃을 사랑하고 들풀을 돌보며 숲에 깃들어요. 이러면 붓빛은 저절로 살아납니다. 아기를 어르고 아이가 신나게 나무를 타며 놀도록 마당 있는 보금자리를 가꾸면 어디나 붓밭에 살림밭에 아름밭입니다.
ㅅㄴㄹ
글·꽃글·글길·글꽃·글맛·글멋·글빛·글밭·글마당·글치레·글판·글쓰기·글짓기, 글치레·말맛·말멋·말씀꽃·말씀밭·말씀숲·붓맛·붓멋·붓빛·붓밭·붓마당·수다꽃·수다숲·얘기꽃·얘기숲·이야기꽃·이야기숲·멋·멋나다·멋스럽다·멋있다·멋지다·멋잡이·멋바치·멋앓이·보기좋다·아름답다·예쁘다 ← 문예(文藝), 문예적
가로막다·막다·볼 수 없다·가리다·감추다·뭉개다·숨기다·덮다·덮어쓰다·뒤덮다·다물다·몰래·아직·안 드러내다·입닫다·조용하다·쉬쉬하다·끼리끼리·알음알음·뒤·뒷길·뒷구멍·뒷주머니 ← 비공개, 미공개, 오프더레코드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