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생활사박물관 11 - 조선생활관 3, 조선, 근대와 만나다 한국생활사박물관 11
한국생활사박물관 편찬위원회 (11권) 엮음, 고석규 감수 / 사계절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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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푸른책 2022.4.14.

푸른책시렁 162


《한국생활사박물관 11 조선생활관 3》

 편찬위원회 엮음

 사계절

 2004.8.20.



  《한국생활사박물관 11 조선생활관 3》을 읽었습니다. ‘조선생활관 1∼3’을 나란히 읽었어요. 석 자락으로 조선이란 틀을 잘 간추렸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조선이라는 틀’은 잘 간추렸되, ‘조선이 아닌 틀’은 하나도 안 짚었구나 싶습니다. 임금붙이나 벼슬아치가 ‘조선이라는 틀’을 세웠을는지 모르나, ‘흙을 일구며 아이를 낳아 돌보고 보금자리를 지은 수수한 사람들’은 어떠한 나라틀도 없습니다.


  아이를 사랑으로 낳아서 돌보는 여느 어버이로서는 조선도 고려도 고구려도 대수롭지 않습니다. 오직 여느 어버이 스스로 낳아 돌보면서 날마다 사랑을 누리는 하루가 기쁜 새길입니다.


  ‘조선생활관’이라고 이름을 적습니다만, ‘조선이라는 틀’에서 ‘조선왕조실록’ 같은 데에 적힌 줄거리일 뿐, 정작 자장노래도 들노래도 일노래도 놀이노래도 이 《한국생활사박물관》에서 못 찾아봅니다. 홍대용이나 박지원이나 세종 같은 이름을 이 책에서 엿볼 수 있으나, 아기한테 기저귀를 어떻게 대었고, 실이나 천은 어떻게 얻어서 옷을 어떻게 지었는지, 집을 어떻게 닦아서 세웠는지, 지붕은 어떻게 이는지, 호미와 낫과 쟁기와 삽 같은 연장은 어떻게 태어나서 발돋움하여 자리를 잡았는지 하는 이야기는 찾아볼 길이 없어요.


  집은 왜 ‘집’이고, 호미는 왜 ‘호미’일까요? 여러 고을 글바치가 사투리로 중국말을 하면 임금붙이부터 스스로 알아듣지 못하기에 ‘소리값(발음기호)’을 갈무리하려고 생각한 벼슬판입니다. 종(노비)을 거느리며 돈으로 삼은 벼슬밭입니다. 저 하늬녘(서양)처럼 ‘문화예술사’를 보여주려는 얼거리로 따지면 《한국생활사박물관》은 ‘D·K’에서 선보이는 꾸러미 못지않게 값집니다만, 조선 무렵만 하더라도 100사람 가운데 99사람은 흙을 만지는 살림이었을 텐데, 시골 이야기도 흙짓기 이야기도 아기를 어떻게 낳아서 돌보았느냐 하는 이야기도 없습니다. 어떠한 글도 배움터도 없는 판에 수수한 흙사람(시골사람·평민)은 어떻게 말을 물려주고 가르치면서 온누리를 ‘우리말(사투리)’로 지어서 이었을까 하는 수수께끼도 이 책에서 찾아볼 길이 없습니다.


  우리 발자취라기보다는 ‘1퍼센트도 안 될, 임금붙이·벼슬아치·글바치 발자취’인 《한국생활사박물관》일 텐데, 여느 배움터에서 쓰는 배움책(역사 교과서)도 이 얼거리하고 똑같습니다. 우리는 ‘전쟁사·왕조사·지식사·문화예술사’가 아닌, 참말로 ‘살림길(생활사)’을 바라보고 익힐 노릇이라고 생각해요. ‘살림길(생활사)’을 다루려 한다면, 임금붙이·벼슬아치·글바치 발자취는 모조리 덜어내야겠지요? 그들은 ‘살림(생활)’을 안 하고 다스림(권력다툼)만 했잖아요?


  살림살이를 들려주려는 책을 여민다면, 우리한테는 조선도 고려도 고구려도 아닌 오직 ‘우리’라는 속모습을 찾아낼 수 있습니다. 우리는 조선사람도 고려사람도 고구려사람도 백제사람도 신라사람도 아닙니다. 우리는 그저 ‘한사람’입니다. 언젠가 오롯이 ‘살림길’을 다루는 책이 태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ㅅㄴㄹ


백성은 가난한데 고을에서 여러 해 걷은 세금은 서류상에만 있을 뿐 온데간데없었다. 지방관과 아전들이 떼어먹고 훔쳐 가는 것이 관행이 된 지 오래였다. (30쪽)


미국으로 간 박정양 일행도 출발 전부터 중국의 온갖 압력에 시달렸다. 자기네 속국이 전권공사를 파견하는 것은 격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37쪽)


사실 ‘만세(萬歲)’란 것은 중국 황제의 책봉을 받던 시절에는 엄두도 낼 수 없는 구호였다. 고작해야 ‘천세(千歲)’를 외칠 뿐이었다. 이제 중국과 대등한 황제의 나라임을 선포했기에 중국의 눈치를 보지 않고 “만세 만세 만만세!”를 마음껏 외칠 수 있게 된 것이다. (38쪽)


그러나 오랫동안 조선의 지식인들은 양반구도에 등장하는 서구 세계가 정말로 자신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모르고 있었다. 영국이 중국을 패배시킨 1840∼1842년의 아편전쟁이 조선뿐 아니라 동양 사회 전체에 큰 충격을 안기기 전까지는. (75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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