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2022.4.9.

숨은책 654


《ポクット 六韜三略 新釋》

 大公望遺 글

 竹子恭 옮김

 田中宋榮堂

 1924.9.10.일곱벌



  중국에서 나온 싸움책(병서) ‘육도삼략’을 일본에서 언제 처음 옮겼는 지 모르나, 무척 오랜 일이지 싶습니다. 《ポクット 六韜三略 新釋》을 보아도 ‘새로옮김’이요, ‘주머니(포켓)’에 넣고 다니도록 가볍게 묶었거든요. 우리는 우리말을 옮길 글씨를 일찌감치 지었으나, 막상 우리말을 담아낼 글은 ‘훈민정음’이란 옷을 벗고 ‘한글’이란 이름을 얻기까지 막혔거나 갇혔거나 억눌렸습니다. 이와 달리 일본은 일본 나름대로 지은 일본글로 일본 이야기뿐 아니라, 이웃나라 이야기를 알뜰살뜰 엮어서 누리려 했어요. 배움길 가운데 하나인 ‘옮기기(번역)’에 크게 힘을 쏟았어요. 일본글로 1924년에 나온 《ポクット 六韜三略 新釋》을 죽 읽다가 끝자락에 붙은 알림글(책광고)을 보니 “神士·學生の好讀物 國漢文叢書”라 적는군요. 이 책에 적힌 ‘국한문’이란 국립국어원이 엮은 《표준국어대사전》이 “국한문(國漢文) : 1. 한글과 한자를 아울러 이르는 말 2. 국문에 한자가 섞인 글”로 풀이한 그 ‘국한문’입니다. 일본사람이 쓴 ‘국한문 = 일본글 + 한문’이요, ‘국문학 = 일본문학’이고, ‘국어학 = 일본어학’입니다. 말뿌리가 이러하나, 우리는 아직도 이 말을 떨치지 않으니, 수렁(식민지)에서 여태 헤어나지 못한 셈입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우리말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을 꾸리는 사람.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곁말》, 《곁책》,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우리말 동시 사전》,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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