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3.21.


《그대로 둔다》

 서정홍 글, 상추쌈, 2020.10.5.



새벽에 일어나 우리말꽃을 엮고 글을 쓴 다음, 아침나절에 천호동으로 건너간다. 두 군데 헌책집을 들를 생각이었으나 처음 깃든 〈현대헌책방〉에서 이 책 저 책 장만하다가 책값을 잔뜩 썼다. 버스를 타고 〈하우스서울〉로 건너가서 “늘 봄일 순 없지만” 그림잔치를 돌아본다. 이윽고 〈서울책보고〉로 넘어가서 ‘보이는 라디오’를 찍는다. 새책집을 놓고는 수다를 떠는 자리가 꽤 있다고 느끼나, 헌책집을 놓고는 수다를 떠는 자리가 아직 거의 없다고 느낀다. 예전부터 마을책집은 워낙 헌책집이었으니, 새책하고 헌책을 갈마들면서 ‘오래된 새빛’이나 ‘새로운 오래빛’을 나란히 살필 적에 비로소 책을 책으로 품으리라 느낀다. ‘책숲마실’을 이룬 책집수다를 마치고서 서울 이웃님 두 분을 연남동에서 뵙고서 또 명동으로 간다. 오늘은 어제랑 다른 길손집에 깃든다. 그런데 길손집 곁에서 미끄러지면서 엎어진다. 와장창. 깨진 무릎하고 까진 손가락을 보며 내가 바라볼 곳이 어디인가 하고 곰곰이 생각했다. 서울마실길에 챙긴 《그대로 둔다》를 되읽는다. 글님은 이제 아재를 넘어 할배가 될 테지. 꾸준히 노래(시)를 쓰실 생각이라면 ‘서울말(표준말)’ 아닌 시골말·삶말·숲말을 처음부터 새로 익히시면 좋겠다고 느낀다.


ㅅㄴㄹ


(뒷말 : 깨진 무릎은 보름을 간다. 된통 깨졌구나. 세이레를 더 지나야 아물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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