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3.12.
《할아버지, 바다가 넓어요》
고미 타로 글·그림/편집부 옮김, 달리, 2003.8.16.
솎아낸 어린 후박나무 한 그루를 마저 옆울타리 기스락에 옮겨심는다. 큰아이하고 읍내마실을 다녀온다. 어느새 더운 낮이다. 남녘은 겨울이 천천히 찾아들고 여름이 일찍 찾아온다. 저녁에 핀 매화나무 흰꽃을 본다. ‘매화’라는 이름에 ‘꽃’이라는 말이 깃드는데, 먼먼 옛날에는 나무이름을 어떻게 썼을까? 아마 나라면 살구나무나 멀구슬나무를 생각하면서 ‘말구나무’ 같은 이름을 붙였으리라 생각한다. “말갛게 구슬같은 꽃하고 열매를 맺는 나무”라는 뜻으로 ‘말구나무’이다. 《할아버지, 바다가 넓어요》는 어른하고 아이가 무엇을 어떻게 바라보고 마주하면서 맞아들여 누리는가 하는 줄거리를 슬기롭고 재미나게 들려준다. ‘책을 아무리 읽어도 삶을 알 길은 없’는데, 배움터(학교)나 집이나 마을이나 나라(정부)는 너무 글에 얽매인다고 느낀다. 사랑은 글로 못 가르친다. 살림도 글로 안 가르친다. 밥짓기나 집짓기나 옷짓기를 책으로 배우나? 아니다. 어린이하고 푸름이한테 어깨동무(페미니즘)를 들려주거나 가르칠 적에도 부디 책은 내려놓고서 삶·살림으로 슬기롭게 사랑을 펴는 몸짓을 보일 노릇이라고 생각한다. 바다를 바라보지 않고서야 바다가 넓은 줄 어찌 알며, 바다라는 곳부터 모르겠지.
ㅅㄴ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