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것들, 집밥 내가 좋아하는 것들 5
김경희 지음 / 스토리닷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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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2022.3.10.

인문책시렁 214


《내가 좋아하는 것들, 집밥》

 김경희

 스토리닷

 2022.1.20.



  《내가 좋아하는 것들, 집밥》(김경희, 스토리닷, 2022)은 ‘집밥’을 둘러싼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집밥을 잘 차리거나 멋스러이 해내는 길을 다루지 않습니다. 집밥을 어떻게 맞이했고 받아들이면서 아이들하고 곁님한테 물려주는가 하고 이야기합니다.


  순이돌이로 짝을 이룬 이웃님한테 마실을 갈 적에는 으레 그 집 살림을 들여다볼밖에 없는데, 참으로 숱한 돌이는 부엌일을 아예 안 하다시피 합니다. 이분들이 나이가 제법 있기에 어릴 적부터 부엌일을 안 해 버릇한 탓이라고 둘러댈 수 없습니다. 제가 만나는 이웃 순이돌이는 하나같이 ‘생각이 좀 있다’거나 ‘책 좀 읽었다’는 분이거든요.


  머리로는 ‘왼길’에 선다고 입으로 말하면서 막상 두 손에 물을 안 묻히는 돌이가 수두룩합니다. 부엌일은 누가 해야 할까요? 시골에서 살며 밭살림을 가꾼다면 밭일은 누가 해야 할까요?


  부엌일도 밭일도 ‘함께’ 해야 아름답습니다. 순이돌이가 나란히 하고, 아이어른이 같이 할 적에 사랑스럽습니다. 어버이로서 아이한테 물려줄 어깨동무(성평등·페미니즘)란, ‘함께짓기’라고 느껴요. 함께짓기에 함께걷는 길입니다. 함께짓기에 함께사는 사랑입니다.


  집밥이란, 집살림을 이루는 사랑이 드러나는 빛이에요. 끼니를 때우려고 맞아들이는 집밥이 아닌, 오늘 하루를 스스로 어떻게 사랑으로 지피면서 나누려 하느냐는 생각을 주고받는 집밥이라고 느낍니다. 밥살림에 옷살림에 집살림을 어버이 곁에서 차곡차곡 지켜보면서 물려받는 아이들이 자라나서 어른이라는 자리에 서는 멀잖은 앞날이라면, 이 나라는 아름답겠지요.


  집안일을 하라고 시킬 까닭이 없어요. 집안일을 안 하겠으면 함께 안 살면 됩니다. 스스로 집안일을 할 줄 알고, 손수 집살림을 돌볼 줄 아는 돌이랑 순이가 만나서 아이를 사랑으로 낳을 적에, 비로소 집밥은 언제나 맛나고 멋스러우면서 즐겁습니다.


ㅅㄴㄹ


청소와 정리 대신 나는 좋아하는 음식을 장만했다. (25쪽)


“물론 그 말도 상처가 됐고 당신의 손님 근성도 싫고 강 건너 불구경하는 식의 태도도 싫어. 난 지쳐서 더는 못하겠어.” “당신이 고생하는 거 알지. 표현을 잘 못해서 그렇지, 항상 고마워하고 있어.” “언제까지 표현을 못 한다고만 할 거야. 크게 표현하래, 일상에서 배려하고 생각해 주라고.” (48쪽)


일하는 엄마로 살아 보니 굶지 않게 집밥을 해서 내놓는 것만도 대단하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90쪽)


신문지를 식탁에 깔고 그 위에다 다듬다 보면 아이들도 와서 호기심에 한주먹만큼은 곧잘 다듬어 주었다. 남편이 있을 때는 도움을 요청했다. 물론 순순히 하지는 않았다. “나만 먹지 않는다는 거 알지?” 하고 외쳐야 했다. (15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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