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빛 2022.3.10.
나는 말꽃이다 76 걱정
어릴 적부터 하고픈 일을 하자고 생각했습니다. 고삭부리였거든요. 고삭부리는 ‘개근상’을 못 받기 일쑤입니다. 툭하면 앓거나 아파서 쓰러져요. 저는 고삭부리에다가 말더듬이인 터라 쉽게 놀림받고, 으레 얻어맞고, 언제나 억눌린 어린 나날이었습니다. 스스로 뭘 잘 하는지도 못 하는지도 모르는 채 꾸역꾸역 하루를 맞이해야 했는데, 앓아누우면서 얻어맞으면서 짓밟히면서 시달리면서 속으로 “여기 있는 나는 내 참된 몸이 아니야. 내 참된 숨빛은 여기에 없어.” 하고 생각했어요. 어느 때부터인가 걱정이 사라졌습니다. 하고픈 만큼 하고, 할 만큼 했습니다. 어른이나 윗내기가 나무라거나 때리면 달게 받아들이며 “난 내 힘을 다했어.” 하고 생각했어요. 어린배움터에서 내 솜씨보다 떨어지는 동무가 뒷돈을 먹여 으뜸에 오르고서 최우수상을 받아도 빙그레 웃으며 “축하해.” 하고 얘기했어요. 눈가림·눈속임을 하는 이들 스스로 그들 민낯을 알아요. 굳이 안 따져도 되고, 그들이 뭘 해먹는다고 걱정할 일이 없어요. 머잖아 모든 속낯이 드러나 바로잡히더군요. 말뜻풀이를 하거나 말밑찾기를 하며 걱정한 적이 없습니다. 천천히 찬찬히 하나씩 조금씩 가다듬으면서 별빛·햇빛·바람빛·풀빛을 곱게 새롭게 사랑스럽게 담습니다.
ㅅㄴㄹ
이승만·박정희·전두환만
쓰레기였을까?
이명박·박근혜 때만
나라가 어두웠을까?
곰곰이 보면
이 나라는
누가 우두머리에 서더라도
착하거나 참되거나 사랑스러운 길하고
늘 동떨어졌다고 느낀다.
아이들한테
조선왕조실록을 읽히는 어버이가
끔찍하게 많다.
조선왕조를 이룬 이씨 사내가
참말로 아이들한테 가르치거나 보여줄
아름다운 어른일까?
그무렵 벼슬아치(신하·지식인·사대부)인
사내 이야기를
오늘날 아이들한테 왜 읽히려 하는가?
잘 보면 좋겠다.
조선 500년은
‘이씨 사내 500년’이다.
‘이씨 남자 가부장권력 500년’이란 뜻이다.
우리가 어른으로서
아이들이 새나라 새누리 새터 새빛을
스스로 가꾸는 슬기로운 사람으로
서기를 바란다면
끔찍한 ‘이씨 남자 가부장 권력 500년’을
처음부터 모조리 까뒤집고서
새로 읽고 얘기할 노릇이리라.
누가 우두머리에 서느냐가 아닌
‘집·마을·터전·나라·지구’를
우리가 어떤 눈빛과 마음으로
돌볼 적에 아름답게 나아가는가를
생각할 오늘이라고 느낀다.
‘민주’란 말에서 ‘민(民)’이란
“눈먼 종”이라는 속뜻인 줄
아는 사람이 드물다.
한자말을 써서 나쁠 일은 없다.
한자말에 어떤 숨은뜻이 있는지
민낯을 안 읽는다면
우리는 앞으로도 종(노예)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