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빛 2022.3.3.

오늘말. 가시버시


열네 살에 이르도록 ‘가시버시’라는 말을 못 듣다가 열네 살에 이르러 배움터에서 글꽃(문학)을 배우며 처음으로 들었습니다. 한자말 ‘부부’보다 말하기에 좋고, 뜻이 확 와닿았어요. 요즈음 우리는 ‘남녀평등’이란 이름을 넘어 ‘여남평등’이나 ‘양성평등·성평등’ 같은 말을 씁니다. 가만히 보면 ‘가시버시·갓벗·갓사내’라는 이 오랜 말은 ‘가시내(여성)’를 앞에 놓습니다. ‘아빠엄마’라 말하는 사람이 더러 있으나 거의 ‘엄마아빠’라 합니다. 쉽게 나누는 우리말은 으레 순이(여성)를 앞에 놓습니다. 두 사람 가운데 굳이 어느 쪽을 앞에 놓아야 하지는 않으나, 가시내라는 이름인 순이는 살림길을 여는 꽃다운 숨빛이기에 이슬받이처럼 앞장서는 셈이리라 생각합니다. 흔하게 누구나 쓰는 말이 사랑스럽습니다. 아이어른 가리지 않고서 흐드러지는 말이 아름답습니다. 우리 터전이 후끈별로 흐른다면 두님이 서로 사랑이라는 길로 가기보다는 자꾸 다툼질로 기우는 탓이라고 느껴요. 어디에나 아주 작은, 때로는 보잘것없다는 씨앗 한 톨로 꿈을 심으며 너르게 잔치마당으로 나아갈 적에 기쁘게 웃음이 넘실거리는 기쁨밭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ㅅㄴㄹ


두님·두분·두꽃·둘·두 사람·서로·갓벗·가시버시·갓사내·짝·짝꿍·짝지·꽃짝·꽃짝꿍·꽃짝지·아름짝·아름짝꿍·아름짝지 ← 부부(夫婦)


하찮다·하잘것없다·보잘것없다·흔하다·너르다·많다·밭·마당·잔치·판·바다·곳곳·어디에나·이곳저곳·여기저기·가득·한가득·흐드러지다·잔뜩·너울거리다·넘치다·넘실거리다·물결치다·춤추다·쉽다·수월하다·솔찮다·숱하다·수수하다 ← 지천(至賤)


뜨거운별·더운별·후끈별 ← 지구온난화(地球溫暖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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