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1.6.


《조선 선비의 비건 레시피 전통 채식 밥상》

 서유구 글/정정기 옮김, 샨티, 2021.11.25.



마당에서 노는 작은아이가 부른다. “나와 봐. 까마귀떼야!” 마당에서 고개를 든다. 하늘을 바라보니 까마귀떼가 둥그렇게 바람을 타면서 춤춘다. 열씩 묶어 스물을 어림하고, 스물씩 차곡차곡 헤아리니 300이 좀 넘는 듯싶다. 빙글춤을 선보이는 까마귀떼는 우리 집 마당 위에서 빙그르르 돌다가 앞들로 갔다가 마을 너른들 쪽으로 갔다가 멧자락 너머로 날아간다. 《조선 선비의 비건 레시피 전통 채식 밥상》을 읽었다. 지난날 서유구 님이 남긴 글을 바탕으로 새롭게 엮었다고 한다. 옛사람 글결을 모두 손질했기에 옛선비 풀밥차림이라기보다 오늘날 풀밥차림이라 해도 되 만하다. 둘레에서 으레 쓰니까 책이름에까지 “비건 레시피”나 “전통 채식”이라 적을 텐데, 옛선비가 지은 밥살림이라면 우리말로 적으면 어떨까? “조선 선비 풀밥차림”이나 “조선 선비 오랜풀밥”처럼 풀어내기를 빈다. ‘풀·푸르다·풀다’는 모두 말밑이 같다. ‘푸근하다·포근하다’도 ‘품’도 말밑이 같다. 우리 살림이라면 우리말로 풀어내야 실마리를 찾고 수수께끼를 깨닫는다. 풀밥을 굳이 ‘비건·채식’이란 바깥말로만 나타내면, 이 땅에서 스스로 짓는 푸른길을 잊거나 잃기 쉽다. 파란하늘을 머금어 푸른들로 나아가는 삶이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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