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꽃.
어릴 적에는 '짓'하고 '짓기'라는 말이
아주 싫었다.
어린배움터를 다니던 1982-1987 내내
'글짓기 숙제'하고 '만들기 숙제'를
신물나도록 했는데,
그나마 마음에 들던 '만들기 숙제'는
배움터에 내고 나면 안 돌려주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어린이가 낸 숙제를
난로 불쏘시개로 태우더라.
몇날 며칠을 땀빼며 낸 '만들기 숙제'를
왜 그무렵 길잡이는 모조리 모아서 버릴 뿐
돌려줄 생각을 안 했을까?
6학년이던 때 길잡이한테
왜 '만들기 숙제'를 안 돌려주느냐 물었더니
"돌려주면 똑같은 걸 다시 낼 거잖아?" 하더라.
웃기더라.
나는 방학마다 '만들기 숙제'에
거의 보름을 들여서 멋진 꿈을 담으려 했고
돌려받아서 두고두고 건사할 생각이었는데
그들은 그렇게 생각하고 불쏘시개로 태웠구나.
'짓-짓다'를 마음으로 되찾은 때는
아마 40살이 다 되어서였지 싶다.
어린이한테 들려줄 새 낱말책을 여미려고
'짓다-만들다-빚다' 같은 낱말을
새롭게 뜻을 풀고 보기글을 살피면서
더없이 아름다운 '짓-짓다'라는 낱말을
그동안 엉터리 나라에서 잘못 길들었다고 느꼈다.
우리말로 친다면 '글짓기 = 창작'이요,
'글쓰기 = 집필'인데,
얼크러진 말결을 어떻게 다독일 수 있을까.
ㅅㄴ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