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한국학교 모악시인선 9
강남옥 지음 / 모악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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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시읽기 2022.1.1.

노래책시렁 210


《토요일 한국학교》

 강남옥

 모악

 2017.12.11.



  제가 태어나서 살아가는 곳은 ‘남한·한국·대한민국’이라고 합니다. 때로는 영어로 ‘코리아’라고 합니다. 어릴 적부터 이런 이름이 다 내키지 않습니다. 뭔가 뒤집어씌운 이름이라고 느꼈습니다. 나라(정부)에서는 늘 나라사랑(애국·충성)을 하라고 다그쳤고, 배움터도 나라사랑·겨레사랑을 닦달했습니다. 고작 여덟 살 어린이는 아침마다 배움터 우두머리(교장)한테 오른손을 눈썹 밑에 척 붙이면서 “충성!” 하고 외쳐야 했습니다. 1980년대가 저물고 1990년대로 접어들어도 이런 겉치레는 안 사라졌고, 2000년대로 넘어와서 위아래로 가르는 틀은 고스란합니다. 《토요일 한국학교》를 읽으면 이 나라로 건너와서 돈을 버는 이웃일꾼 이야기가 차곡차곡 흐릅니다. 이웃일꾼입니다. ‘외국인노동자·이주노동자’란 이름 모두 달갑지 않습니다. 그저 이웃인걸요. 일하러 온 이웃이에요. 거품으로 가득하여 일할 줄 모르는 이 나라에서 일자리를 씩씩하게 맡는 이웃은 너나없이 똑같은 사람이며 숨결이며 집안이고 마을이자 눈빛입니다. 제가 태어나서 사는 나라는 워낙 ‘한나라(하늘나라)’란 이름이었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참말로 ‘하늘겨레’ 같은 몸짓이자 말빛인지 영 모르겠어요. ‘한(하늘)’은 이름일까요, 허울일까요?


ㅅㄴㄹ


엘리베이터 앞집에는 인도사람이 산다 / 끼니 때 풍기는 카레냄새 복도에 고여 있다 / 가면 같이 한결같은 표정, 속을 알 수 없는 백인 / 어깨 들썩이며 냄새 좋다, 인사하더니 / 어느 날부터 보이지 않는다 (승부/13쪽)


주말 한국학교 학예발표회 / 꿈꾸는 사람 분장하고 왜 그 사람 되고픈가 한국어로 말하기 (꿈은 유쾌해/5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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