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모없는 노력의 박물관 문학동네 시인선 43
리산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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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시읽기 2022.1.1.

노래책시렁 208


《쓸모없는 노력의 박물관》

 리산

 문학동네

 2013.5.31.



  바람이 불다가 바람이 잡니다. 구름이 흐르다가 구름이 걷힙니다. 비가 오다가 눈이 되고, 눈이 흩날리다가 해가 뜹니다. 일찍 자리에 누운 아이가 일찍 일어납니다. 늦게 잠자리에 든 아이가 일찍 깹니다. 이불을 뒤집어쓰고서 웅크리고, 이불을 걷어차고서 마당으로 뛰어나갑니다. 쌀을 씻어서 불리고, 솥에 물을 맞추어 밥을 안칩니다. 햇볕을 머금으며 물을 한 모금 누리고, 별이 쏟아지는 밤에 조용히 춤을 춥니다. 이렇게 보내는 하루 가운데 ‘돈이 될 일’은 무엇일까요? 아마 한 가지조차 없을 만합니다만, 즐거울 길을 생각하며 걸어가노라면 ‘돈이 될 일’은 어느 날 문득 살포시 찾아든다고 느껴요. 《쓸모없는 노력의 박물관》을 읽었습니다. 쓸모없을 땀방울이 있다고 여긴다면 있을는지 모릅니다만, 덧없는 땀방울은 여태 본 적이 없습니다. 애써 달렸는데 막다른 골목이라면, 이 골목까지 오면서 누린 해바람이며 골목빛으로도 넉넉해요. 먼길을 찾아갔는데 닫았다면, 이 길을 오는 사이에 맞이한 생각이며 발걸음으로 널널합니다. 스스로 쓸모있다고 여기니 쓸모있고, 스스로 값었다고 바라보니 값없습니다. 스스로 웃으려 하니 웃고, 스스로 울려 하니 울어요. 스스로 꾸미니 겉치레로 나아가고, 스스로 노래하니 별이 됩니다.


ㅅㄴㄹ


천 개의 거짓말을 모아놓고 하나의 비밀이라 써보았지 먼곳에서 밀려온 유빙이 생을 다하는 밤 시베리아 붉은여우가 제 냄새를 눈펄에 묻히며 마지막 벌판을 지나가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협잡꾼/16쪽)


너는 몸이 아프고 나는 마음이 아프니 너와 내가 결의하면 환(幻)의 제국을 세우겠구나 (심금心琴/80쪽)



스스로 읊는 말은

스스로 짓는 글로 간다.

글(문학)은 왜 쓸까?

글(문학)은 서로 무슨 빛일까?


교과서가 사라져야

비로소 슬기롭게 배우면서

글이 글대로 빛나리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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