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나무 난 책읽기가 좋아
다니엘 포세트 지음, 클레르 르그랑 그림, 최윤정 옮김 / 비룡소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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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린이책 2021.12.30.

맑은책시렁 261


《할아버지 나무》

 다니엘 포세트 글

 클레르 르그랑 그림

 최윤정 옮김

 비룡소

 2002.11.11.



  《할아버지 나무》(다니엘 포세트·클레르 르그랑/최윤정 옮김, 비룡소, 2002)를 가만히 읽으면, 아이하고 할아버지하고 배움터하고 길잡이(교사)하고 동무가 얽힌 실타래를 엿볼 만합니다. 배움터 길잡이가 아이를 슬기롭게 달래면서 할아버지하고 동무 사이를 잇는 줄거리를 들려주는데, 막상 삶자리에서는 이 어린이책 줄거리대로 흐르지는 않는다고 느낍니다.


  우리나라도 프랑스도 ‘시골스럽다 = 부끄럽다’로 여기는 눈길이로구나 싶어요. 앞에서는 “그래, 너희 할아버지는 아프리카에서 사냥꾼으로 훌륭하구나. 프랑스 파리에서도 사냥꾼 노릇을 하면 되겠지.” 하고 이야기할 어른이나 길잡이가 있을까요? 흙을 만지면서 호미랑 낫을 쥔 할매 할배한테서 배우는 곳은 없다시피 합니다. 어린배움터가 흙할매한테서 배우나요? 푸른배움터가 흙할배한테서 배우나요? 열린배움터에서 젊은이를 가르치는 시골 할매 할배가 있는지요?


  아기를 집에서 어떻게 낳아서 세이레를 돌보는가를 가르치거나 배울 곳은 어디일까요? 어머니가 아기를 낳아 몸을 살피는 사이에 아버지는 집안일을 어떻게 맡아서 슬기롭고 사랑스레 아기랑 곁님을 보살펴야 하는가를 가르치거나 배울 곳은 어디일까요? 엄마돌봄집(산후조리원)을 따로 세울 일이 아닙니다. 모든 돌이(아버지)가 ‘엄마돌봄(산후조리)’을 할 줄 알아야 합니다. 모든 순이(어머니)는 아기를 세이레 동안 곁에 두면서 바깥손을 타지 앟도록 토닥일 줄 알아야 하지요.


  씨앗 한 톨을 건사하는 길을 나눌 배움터를 오늘날 어디에서 찾아볼까요? 나무처럼 즈믄해를 훌쩍 살아내는 사람 몸뚱이가 아니라면, 나무를 함부로 건드리는 짓이 아니라, 나무한테서 이야기를 마음으로 듣고서 나무를 사랑하는 길을 배우는 자리를 마련할 노릇입니다.


  삶도 살림도 사랑도 가르치거나 배우지 않으면서 ‘서울 일거리’만 ‘꾼(전문가)’이 되도록 길들이는 곳이 배움터라는 이름이라면, 이 나라도 이웃나라도 앞길은 새카말밖에 없다고 느낍니다.


ㅅㄴㄹ


“할아버지, 애들이 놀리면 어떡해요? 카라모코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은 할아버지밖에 없을 거란 말이에요.” “그래서 어쨌다는 거야? 애들한테 이 할아비 이름의 뜻이 ‘사자 사냥 대장’이라고 가르쳐 주면 되잖아. 얼마나 멋있어, 안 그러냐?” “네, 그렇기는 한데……. 사자를 사냥하던 때나 그렇죠.” (18쪽)


“맛있기는 하지만 할아버지는 쿠스쿠스를 손으로 먹잖아요. 학교에서 음식을 손으로 먹으면 혼난단 말이에요! 음, 아무래도 안 되겠어요. 할아버지 이름을 모리스라고 하고 소시지 가게 주인이라고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22쪽)


“나는 여러분에게 사막의 바람이 내게 들려준 이야기를 해주러 왔다.” 둥! 둥! 둥! 내 심장 뛰는 소리도 꼭 저 탐탐 소리만큼이나 큰 것 같다. (3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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