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라지지 말아요 ㅣ 기억도감 1
방윤희 지음 / 자연과생태 / 2021년 10월
평점 :
숲노래 숲책 2021.12.29.
숲책 읽기 172
《사라지지 말아요》
방윤희
자연과생태
2021.10.20.
《사라지지 말아요》(방윤희, 자연과생태, 2021)를 읽으면 ‘고흥 좀수수치’가 나옵니다. 고흥에서 살며 좀수수치를 본 일은 아직 없으나, 이 헤엄이가 삶터를 건사하기는 참 만만하지 않구나 싶습니다. 처음 고흥이란 두멧시골에서 빈집을 장만해서 요모조모 손질해서 살던 무렵만 해도 막삽질이 적었는데, 어느새 들녘이건 숲이건 바닷가이건 빈터이건 끝없이 막삽질이 밀려들어요. 멀쩡한 도랑이며 냇물을 ‘보기좋게’ 한다면서 잿빛(시멘트)을 퍼붓는데 10억이니 100억이니 하는 나랏돈이 흘러듭니다. 멀쩡한 숲을 싹 밀어 민둥갓으로 바꾸더니 ‘조림사업’이란 이름을 붙여요. 갯벌을 메워 논으로 바꾼 자리에 햇볕판을 엄청나게 심고, 파랗게 일렁이는 바다 한복판에도 햇볕판을 끝없이 박습니다.
이런 짓이 참말로 ‘탄소 줄이기 + 신재생에너지’일까요? 돈 놓고 돈을 먹는 이 모든 막삽질은 박정희·전두환·노태우·김영삼·이명박 무렵에는 경상도에서 잦았다면, 김대중·노무현·문재인 무렵에는 전라도에서 수두룩합니다. 우리나라에 ‘돈이 모자라지는 않구나’ 싶습니다. 도둑님이 잔뜩 있을 뿐입니다.
고흥 읍내에 즈믄살 가까운 느티나무가 있어도 돌보는 손길이 없이 커다란 줄기를 뭉텅뭉텅 치는 막짓에, 나무 곁에 박은 바깥채(정자)에서 술판을 벌이는 마을 할배가 있을 뿐입니다. 여름에는 제비를 만나고 겨울에는 청둥오리를 마주하는 읍내 냇물이지만 그냥저냥 버리는 쓰레기가 옆에서 같이 흐릅니다.
사라지지 말기를 바랄수록 사라지는구나 싶습니다. 시골 어린이·푸름이가 배움터에 다니면서 펴는 배움책에는 ‘나고자란 시골에서 즐거이 숲을 노래하면서 살림을 사랑으로 짓는 길’이 한 줄로라도 안 나옵니다. 모두 서울에 맞춥니다. 예전부터 이러했습니다. 시골이 사라지지 않으려면 시골 어린이가 배움터에 가지 않아야겠구나 싶어요. 숲이 사라지지 않으려면 나라지기(대통령)에 벼슬꾼(정치꾼·공무원)을 싹 집어치워야겠구나 싶습니다. 글이며 책이며 새뜸(신문·방송)이며 온통 시끌벅적한 서울 이야기가 가득합니다. 어쩌다 놀러가는 숲(자연)이 아닌, 늘 곁에 품는 숲이지 않다면, 푸른숨은 곧 모조리 사라지는 잿빛별이 되겠지요.
ㅅㄴㄹ
현재 우리나라에서 복원을 진행하는 동물로는 여우와 반달가슴곰, 산양, 황새 등이 있습니다. 야생에서 민간이 맞닥뜨렸을 때 크게 위협이 되지 않는 동물들입니다. (43쪽)
혹시 멸종 위기 생물이 나와 전혀 관계없는 것처럼 여겨진다면 지금 사는, 비바람을 막아 주는 집을 생각하면 됩니다. 그 콘크리트에 들어가는 자잘과 모래가 바로 흰수마자, 여울마자 같은 민물고기의 집터였으니까요. (113쪽)
쉽게 구할 수 있는 원예종에 둘러싸여 살다 보면 실제 야생에서 자라는 멸종 위기 식물의 상황이 어떤지 놓치게 됩니다 … 어느 시대건 희귀한 것을 소유하고 싶어하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라, 멸종 위기 식물을 사람이 접근하기 힘든 지역에 복원한다든지 보호 철책이나 감시 카메라를 설치하며 살펴야 하는 실정입니다. (15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