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마실


새로짓기 (2021.11.3.)

― 서울 〈서울책보고〉



  사람이 적고 들숲바다가 너른 고흥 같은 곳은 푸른들하고 파란하늘을 누리는 터전으로 다스리면 아름답습니다. 들숲바다는 드물고 사람이 많은 서울이라면 북적이는 사람물결이 즐거이 어우러지는 길을 살피면 아름답습니다. 이 나라가 갈 길은 ‘돈바라기’가 아닌 ‘아름바라기’이기를 바라요. 아름답지 않다면 쳐다보지 않아야지 싶습니다. 빛(전기)을 써야 한다면 집집마다 스스로 조촐히 쓰는 길을 펴야 제대로 나라길(국가정책)이라고 느낍니다. 빛터(발전소)를 우람하게 세우고 빛줄(전깃줄)을 길다랗게 이어서, 빛터·빛줄을 건사하는 데에 돈·품을 쓰지 말고, 집집마다 스스로 빛을 지어서 쓰도록 살림길을 펴면 돈이며 품이 매우 적게 들고 온나라가 깨끗할 테지요.


  모든 책은 바탕이 나무인 터라 푸른숨을 머금습니다만, 종이에 아름답게 이야기를 얹지 않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럴밖에 없는 나라 얼개이거든요. 배움수렁(입시지옥)을 걷어내지 않는 나라요, 우리 스스로입니다. 이는 일수렁(취업지옥)으로 잇고, 서울하고 시골이 나란히 고단한 길입니다. ‘즐겁게 살기’가 아닌 ‘살아남기’로 치닫는 나라이니, 마음을 살찌우는 아름책보다는 그때그때 살아남는 길을 찾는 책(처세책·자기계발서)이 잔뜩 팔리고 읽힙니다.


  서울 한켠에 〈서울책보고〉가 섰습니다. 여러 해 되었습니다. 2004년 3월 18일에 박원순 씨 곁일꾼(비서)이 저한테 찾아와서 ‘아름다운 가게 헌책방 마스터’를 맡아 줄 수 있겠느냐고 물어본 적이 있습니다. 그무렵 저는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그만두고서 이오덕 어른 글을 갈무리하는 일을 했는데, 제가 맡은 다른 일이 있기에 손사래치면서 ‘북마스터’란 얼어죽을(?) 이름은 걷어치우기를 바란다고 먼저 여쭙고, ‘아름다운 가게 헌책방’도 그런 틀로 하면 이 나라 마을책집을 다 죽이는 꼴이라고 보탠 다음, 우리나라 헌책집을 살리고, 그대들(참여연대·아름다운재단)이 참다운 두레(시민단체)라면, 작은 헌책집마다 ‘책을 조금씩 받아서 한자리에 모으는 너른터’를 꾸려 보라고 한나절에 걸쳐 낱낱이 이야기했습니다.


  그 뒤로 잊었는데, 박원순 씨는 서울시 일꾼이 되고서 제가 그동안 엮은 ‘서울 헌책집 길그림·연락처’를 슬쩍 가져다가 쓰고 〈서울책보고〉를 열었어요. 아무튼 잊지 않고 잘 살렸구나 싶은데, 잘 살렸으면 넉넉하겠지요. 마침 〈서울책보고〉에서 ‘헌책집 빛잔치(헌책방을 찍은 사진으로 여는 전시회)’를 펴고 싶다고 하기에 처음으로 이곳을 찾아갑니다. 여러모로 아쉬운 구석이 많지만, 아쉬운 곳은 헌책집지기가 천천히 책살림을 여민 손길처럼 천천히 가다듬으면 될 테지요.


ㅅㄴㄹ


《나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너만큼 기다렸다》(이생진, 동천사, 1991.12.15.)

《사람구경》(박상우, 고려원, 1988.6.1.)

《孔子 논어》(박기준, 아이큐박스, 1989.1.30.)

《月蝕》(김명수, 민음사, 1980.7.10.)

《목숨을 걸고》(이광웅, 창작과비평사, 1989.3.25.첫/1994.5.10.2벌)

《통영별곡》(이국민, 토방, 1992.6.15.)

《木賊 內二十二ノ三》(觀世元滋 訂正, 檜大瓜堂, 1923.8.15.)

《the bible story in the bible words 1 the Story of Genesis》(Adele Bildersee 엮음, the Union of American Hebrew Congregations, 1924)

《一和 社報 : 생명의 뿌리 32호》(홍성균 엮음, 주식회사 일화, 1989.11.1.)

《진리와 자유 4호》(홍성렬 엮음, 진리와자유사, 1989.9.1.)

《홈닥터 133호》(김조형 엮음, 한독약품공업주식회사, 1995.1.1.)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곁책》, 《쉬운 말이 평화》,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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