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꽃


우리말 길잡이

3 노독 여독


 노독을 풀 겸 → 길앓이도 풀고

 노독을 해소하지 못하고 → 지쳤는데 풀지 못하고

 여독도 풀지 않은 채 → 길앓이도 풀지 않은 채

 추위와 여독으로 → 춥고 힘들어 / 춥고 고단해

 산후 여독으로 고생하다 → 아기 낳고서 애먹다

 과거에 고문을 당한 여독으로 → 예전에 두들겨맞은 탓에


노독(路毒) : 먼 길에 지치고 시달려서 생긴 피로나 병 ≒ 길독·노곤

여독(旅毒) : 여행으로 말미암아 생긴 피로나 병

여독(餘毒) : 1. 채 풀리지 않고 남아 있는 독기 ≒ 후독 2. 뒤에까지 남아 있는 해로운 요소 ≒ 여열·후독



  집을 떠나 바깥에서 오래 돌아다니거나 머물면 지치거나 힘들다고 합니다. 이럴 적에 한자말 ‘노독·여독’을 쓴다더군요. 그런데 낱말책을 보면 한자말 ‘여독’이 둘입니다. 두 가지를 헤아린다면, 우리 나름대로 새롭게 옮기거나 손질하거나 풀어낼 만합니다.


  먼저 ‘餘毒’을 살펴볼게요. 이 한자말은 “남다 + 찌끄레기”입니다. 수수하게 ‘남다·있다’로 풀어낼 만합니다. 찌끄레기가 남는다고 할 적에는 뒤(뒷날)까지 찌끄레기가 잇는다는 뜻이요, 이러할 때에 ‘뒤끝·뒤앓이·뒷멀미’로 나타내지요.


  또는 ‘앙금·앓다·피나다·생채기’라 나타낼 만해요. 단출히 ‘찌꺼기·찌끄레기·찌끼’로 고쳐써도 어울립니다. 남아서 뒷날에도 이어가는 찌끄레기라면‘티끌·고름·멍·멍울’ 같은 낱말로 나타내도 돼요. ‘탓·때문’으로 고쳐써도 됩니다.


길앓이(길앓다) ← 노곤, 노독(路毒), 여독(旅毒), 녹다운, 피로(疲勞), 피곤, 피곤증, 방전(放電), 케이오(K·O), 무력(無力), 무력화(無力化), 무기력, 기진맥진, 맥빠지다, 탈진,  번아웃(burnout), 전의상실, 녹록하지 않다, 과부하


  다른 한자말 ‘路毒·旅毒’은 처음부터 새말을 지어 보고 싶어요. ‘길앓이’입니다. ‘길앓이’란 낱말을 지어 놓고 보니, 이 낱말은 ‘노독·여독’뿐 아니라 다른 한자말이나 영어를 담아내는 자리에도 쓸 만하겠어요.


  새로 지은 낱말을 굳이 한 자리에만 써야 하지 않습니다. 여러 곳에 어울리면 여러 곳에 즐겁게 쓰면 돼요.


 지치다·시달리다·고단하다·고달프다·졸리다

 기운없다·힘없다·힘겹다·힘들다

 느른하다·나른하다·녹초


  그리고 수수하게 쓸 말씨를 하나하나 헤아립니다. 지치니까 ‘지치다’라 하면 되어요. 기운이 없으니 ‘기운없다’라 합니다. 녹초가 되니까 ‘녹초’라 하지요. 우리를 둘러싼 수수한 말씨를 하나씩 떠올리면서 실마리를 풉니다. 여태 수수하게 쓰던 낱말을 가만히 떠올리면 새롭게 쓰임새를 찾아낼 만합니다. ㅅㄴㄹ



한 달내 쌓인 노독은 한 번 깊이 온 잠을 붙들고

→ 한 달내 쌓인 찌끼는

→ 한 달내 지쳐서

→ 한 달내 길앓이는

《맑은 하늘을 보면》(정세훈, 창작과비평사, 1990) 32쪽


게다가 노독마저 겹쳐 초췌한 모습이었다

→ 게다가 느른해서 깡마른 모습이다

→ 게다가 고단해서 여위었다

《야사로 보는 삼국의 역사》(최범서, 가람기획, 2006) 94쪽


여독에 지쳐버린 여행자들의 안식처로 제격인

→ 지쳐버린 나그네가 쉴 만한

→ 느른한 길손이 머물기 좋은

《한국의 아름다운 마을》(이영관, 상상출판, 2011) 85쪽


조선에 문맹자 많은 것은 일제통치가 남긴 여독 중의 가장 큰 것의 하나니까

→ 조선은 일본이 총칼로 억눌렀기 때문에 글못보기가 아주 많으니까

→ 조선은 일본이 총칼로 짓밟은 멍울로 글모르는 이가 무척 많으니까

《월북작가에 대한 재인식》(채훈·이미림·이명희·이선옥·이은자, 깊은샘, 1995) 13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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