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꽃 2021.11.26.
나는 말꽃이다 62 쓰임결
낱말책에 싣는 낱말은 ‘좋은말·나쁜말’이 없습니다. 이 대목을 살피지 않는다면 낱말책을 곁에 두면서 생각을 밝혀 마음을 가꾸는 글쓰기를 하지 못합니다. ‘좋은말·나쁜말’처럼 붙여서 적었습니다. 더 헤아려 보자는 뜻이요, 이렇게 새말을 지어도 된다는 얘기입니다. 우리가 읽는 책도 ‘좋은책·나쁜책’을 가를 수 없고, 우리가 마주하는 사람도 ‘좋은이·나쁜이’를 나눌 수 없습니다. 말이건 책이건 사람이건 바탕을 이루는 숨결은 모두 빛씨앗이요 사랑입니다. 말을 다루거나 책을 쓰거나 펴거나 읽는 사람이 ‘좋거나 나쁜 길을 갈’ 뿐입니다. 모든 말은 어느 자리·때·흐름·모습·몸짓을 나타냅니다. 막말(욕)이라면 막짓을 하는 자리를 나타내는 말씨요, 꽃말(칭찬)이라면 기쁘거나 반갑거나 치켜세우는 때에 쓰는 말씨입니다. 낱말풀이를 하거나 보기글을 붙일 적에는 섣불리 ‘좋은말·나쁜말’이라는 토를 달지 않을 노릇입니다. 쓰임새를 찬찬히 밝히고, 쓰임결을 가만히 알릴 뿐입니다. 우리가 글을 쓰는 모습을 돌아봐요. “더 좋은 글을 쓰려”고 할 까닭이 없습니다. “우리 오늘을 고스란히 담아서 쓰려”고 하면 됩니다. “더 좋게 쓰려”고 생각하기에 자칫 꾸밈글로 흐르기 쉽고, 삶을 ‘좋고 나쁨’으로 가릅니다.
ㅅㄴ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