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11.12.


《우리들의 사랑가》

 김해화 글, 창작과비평사, 1991.6.5.



겨울을 앞둔 자전거이지만 시원시원 느슨하게 달린다. 요새는 이따금 두 손을 놓고 천천히 발을 굴러 보기도 한다. 열 살 때였지 싶은데, 두 손 놓고 타기를 해보고 싶어서 따라하다가 크게 엎어지며 자전거도 얼굴도 팔꿈치도 무릎도 온통 박살난 적이 있다. 그때 얼마나 오래 절뚝거리며 애먹었을까. 어머니도 화들짝 놀라셨을 테고 언니도 동생이란 놈이 또 무슨 일을 저질렀구나 하고 여겼다. 《우리들의 사랑가》를 오랜만에 되읽었다. 몸을 써서 집짓는 일을 하던 글님이 이 삶길을 고스란히 옮긴 노래는 사랑스럽지만, ‘노동시’를 쓰겠다고 생각하면서 주먹을 불끈 쥔 글은 서툴 뿐 아니라 목소리만 높다. 신동엽·김남주도 고정희·김수영도 섣불리 목소리를 높이지 않았다. 그저 삶을 사랑하는 숨결로 노래했다. 목소리만 앞세운다면 노래도 아니지만 글도 아니다. 들길을 걸어 보라. 하늘빛을 읽어 보라. 별빛을 품어 보라. 어느 들이고 하늘이고 별이 저희 이름이나 소리를 앞세우는가? 글은 재주로 쓰지 않는다. 글재주는 허깨비이다. 말솜씨가 좋은 사람이 참 많고, 말솜씨를 키우는 길잡이도 많다만, 말솜씨는 도깨비이다. 글도 말도 오롯이 사랑으로 펼 적에만 즐겁고 아름다우며 반갑다. 해님도 비님도 재주나 솜씨를 안 부린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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