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

책숲하루 2021.11.19. 막잡이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국어사전 짓는 서재도서관)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11월 6일에 고흥에 돌아오고서 이런저런 읍내 볼일을 더 보고서 보금자리에서 포근히 쉰 뒤, 비로소 너덧새쯤 앞서부터 기운을 끌어올려 낱말책을 요모조모 손질하고 보태고 가다듬는데, 낱말 하나를 갈무리했다 싶으면 이내 다른 낱말이 찾아들고, 이 낱말을 풀려면 저 낱말에 그 낱말이 줄줄이 불거집니다. ‘노독’을 보다가 ‘여독’으로, 어느새 ‘곤장·문맹·제휴’를 지나서 ‘죄의식·이론적·콘텐츠’가 맞물리고, ‘동화·교란·폭주’에 이어 ‘난폭·손주’에 ‘남획·난획·난개발·자본주의’까지 휘몰이입니다.


  얼핏 보면 뜬금없다 싶은 낱말꾸러미이지만, 모든 낱말은 하나로만 안 써요. 여러 낱말을 엮어 이야기를 펴는 자리에 깃듭니다. 이 낱말이 깃든 글자락을 매만지면서 풀어내노라면 저절로 다른 낱말을 샅샅이 보아야 하고, 이러면서 셈틀에 글칸(편집기 창)을 스물∼서른을 띄워 놓고서 이 낱말 저 낱말 사이를 갈마들면서 차근차근 어루만집니다.


  며칠 동안 하루 열네 시간쯤 들여서 ‘교란·폭주·난폭’을 매듭짓는다 싶더니 ‘난개발·남획’을 더 돌아보아야 하고, 우리말 ‘마구·마구잡이·막하다’하고 얽혀 ‘막잡다·막잡이’ 같은 낱말을 새로 엮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가만히 보면 ‘리허설’이나 ‘그린워싱’ 같은 낱말은, 또 ‘생태교란’이나 ‘폭주운전·난폭운전·교란행위’ 같은 말씨는 손질하기 쉽습니다. 스스로 생각을 기울이면 얼마든지 어린이하고 어깨동무하는 말길을 찾아냅니다.


  서두르면 하나도 못 하지만, 벌써 네 시간째 자리에 앉아 꼼짝 못하고 숱한 낱말을 춤추듯 오간 줄 깨닫고는, 쌀을 씻어서 불리고 부엌일을 하고, 일찍 일어난 작은아이하고 말을 섞으면서 가을해를 바라봅니다. 겨울을 앞두었으나 가을민들레는 꽃씨를 동그랗게 맺었고, 노랑이(산국)가 논둑을 덮으며, 억새꽃하고 갈대꽃이 흐드러집니다. 오늘 하루도 포근합니다.


ㅅㄴㄹ


*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http://blog.naver.com/hbooklove/220188525158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지기(최종규)가 쓴 책을 즐거이 장만해 주셔도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짓는 길을 아름답게 도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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