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2021.11.14.
숨은책 574
《中國小說史》
魯迅 글
정래동·정범진 옮김
금문사
1964.11.30.
중국사람이 글꽃(소설)을 여민 자취에까지 마음이 가지는 않았습니다. 《中國小說史》를 쓴 사람이 ‘魯迅’이라 해서 문득 눈이 갔고, 순 한자투성이에, 저로서는 알 길이 까마득한 중국 옛글 이야기를 더듬더듬 읽으며 헤아렸습니다. 노신(루쉰)이라는 분은 중국사람으로서 중국을 사랑하면서 안쓰러이 여겼고, 매서우면서 따갑게 나무랐고, 스스로 뼈를 깎듯 제 삶자리하고 나라를 바라보았지 싶습니다. 이 여러 가지를 글로 밝히려 했기에, 중국이 예부터 어떤 글을 어떻게 썼는가를 차근차근 살피면서 이 같은 책을 여미었구나 싶어요. 중국 아닌 우리를 돌아봅니다. 우리 옛사람은 어떤 글을 어느 자리에서 썼을까요? 임금붙이·벼슬자리맡에서 글을 쓴 사람이 수두룩합니다. 시골·숲·바다를 품으면서 시골사람·숲사람·바닷사람하고 어깨동무하는 눈빛으로 글을 쓴 사람은 손가락으로 꼽을 만큼 드뭅니다. 곰곰이 보면, 호미하고 부엌칼을 쥐며 살림을 짓는 여느 사람들한테 ‘글’은 먼나라 얘기예요. 살림꾼은 글이 아닌 ‘말’로 살았는데, 이 살림말을 고스란히 받아안으며 글꽃으로 여민 자취는 참으로 없다시피 합니다. 우리네 글꽃은 언제쯤 무늬만 한글이 아닌 알맹이가 ‘우리말’로 빛나는 이야기밭이 되려나 모르겠습니다.
ㅅㄴ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