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2021.11.14.

숨은책 573


《改訂 朝鮮戶籍例規》

 水野重功·朝鮮總督府 法務局 엮음

 朝鮮總督府 法務局 內 朝鮮司法協會

 1929.3.28.



  다스리는 길을 한자 ‘법(法)’으로 적는데, 다스리기에 ‘다스림길’이나 ‘다스리다·다스림’이라 하면 되고, 단출히 ‘길’로 나타낼 만합니다. 단출히 쓸 만하지만, 나라지기·벼슬아치는 이처럼 쉽게 말하면서 사람들 곁에 있지 않았습니다. 집집마다 살림을 가꾸는 사람이 어떻게 있느냐를 헤아릴 적에 ‘집·집안’을 살피기보다는 ‘가(家)·호주(戶主)’를 따지는 ‘호적법’이란 틀을 세웠습니다. 이 틀은 일본이 우리나라를 차지하려 들면서 더 단단히 뻗고, 《改訂 朝鮮戶籍例規》에 나오는 말씨는 오늘날에도 거의 그대로 씁니다. 조선총독부에서 1923년(대정12년) 7월 1일에 처음 내놓고 1929년(소화4년) 3월에 손질했다고 밝히는 두툼한 책은 나라 곳곳에 뿌렸겠지요. 이 책에 적은 틀에 따라 한겨레 집안을 들여다보았구나 싶어요. 일본은 이웃나라를 거머쥐려 하면서 그들이 쓰던 이름인 ‘대정·소화’ 같은 말로 해를 세도록 시켰습니다. 우리 삶터에 일본 한자말이며 말씨를 잔뜩 심었습니다. 길(법)하고 얽힌 숱한 한자말이며 말씨를 여태 거의 안 걷어내거나 못 털었는데, 앞으로도 이대로 쓰려나요, 아니면 좀 늦었으나 정갈히 손질하려나요. 살림을 돌보는 이웃이라는 눈길이라면 말부터 쉽고 부드러우며 상냥합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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