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마실


북새읽기 (2021.11.2.)

― 서울 〈최인아책방〉



  시월 끝자락에 우리 고흥집 보일러 기름을 넣었습니다. 기름집에 전화를 걸어 받는데, 어느새 50원이 올라 1리터에 900원을 받더군요. 어떻게 며칠 만에 50원이 오르나 했는데, 우리 집 기름을 넣고서 이레가 지난 뒤에는 100원이 껑충 올랐고, 닷새가 지나니 또 50원이 오릅니다. 한 달이 안 되어 1리터에 200원이 올랐어요.


  큰고장에서는 가난이(빈민층·생활보호대상자·차상위계층)한테 포근삯(난방비)을 보태어 줍니다만, 시골은 보일러를 기름으로 돌리기에 포근삯을 0원 받습니다. 이런 구멍(허점)을 살피거나 손질하는 벼슬아치는 아직 없습니다.


  예전부터 느낍니다만, 고을지기(시장·군수·도지사)한테 부릉이(자동차)를 내주지 말고 자전거를 내줄 노릇입니다. 여름에는 더위를 느끼면서 일터를 오가고, 겨울에는 추위를 맛보면서 일터를 다녀야 비로소 넋을 번쩍 차리지 않을까요? 비오는 날에 부릉이가 찻길에서 얼마나 괘씸짓을 하는가를 느끼고, 골목길을 마구 드나들며 뚜벅이(보행자)를 얼마나 괴롭히는가를 느끼지 않고서야 안 바뀝니다.


  서울뿐 아니라 고흥도 둘레에서는 두꺼운 겉옷으로 친친 감습니다. 서울 전철은 후끈바람을 틀어놓습니다. 저는 아직 민소매에 깡똥바지차림이라 후끈바람을 견디지만, 다른 분들은 겉옷을 벗고 부채질을 하느라 애먹는군요.


  서울은 참 남다르다고 느끼면서 선릉나루 곁에 있는 〈최인아책방〉을 찾아갑니다. 오름이(승강기)를 타고 한참 가야 하는구나 싶으나, 굳이 섬돌(계단)을 하나씩 밟고서 갑니다. 책집마실을 할 적에 일부러 ‘책집을 둘러싼 마을’을 느끼려고 삼십 분이나 한 시간 즈음 골목을 걷기 마련이니, 오름이를 탈 생각은 없습니다.


  서울은 어디에나 사람이 많고, 선릉나루 둘레도 사람바다인데, 〈최인아책방〉도 책손이 많습니다. 이곳은 책을 보러 오는 발걸음도 많으나, 잎물(차) 한 모금을 누리려는 발걸음도 꽤 많습니다. 다만 잎물을 누리는 분들은 퍽 시끄럽네요. 이곳은 찻집이 아닌 책집일 텐데, 잎물수다는 가볍거나 나즈막하게 하기 어렵나 봐요.


  책을 살피고 나서 코코아 한 모금을 시킵니다. 이곳에서 마시는데 종이잔에 주십니다. 나무받침에 종이잔은 어쩐지 안 어울립니다. 무엇보다 코코아는 ‘핫초코’란 이름인데 미지근해서 가루가 다 안 녹습니다. 저는 쉰 살 가까운 어른이어도 아이들처럼 코코아를 즐기는데, 나이 먹고도 코코아를 즐기는 어른은 드문지 ‘핫초코’를 미지근하게 주는 곳이 곧잘 있어요. 미지근한 코코아는 배앓이로 갑니다.


  책집에서 나옵니다. 책집 곁에 큰나무가 있고, 이 나무 곁에서 담배 태우는 분이 많습니다. ‘아, 서울은 담배 태우는 분한테도 꽤 벅차겠구나’ 싶습니다.


ㅅㄴㄹ


《전략가 잡초》(이나가키 히데히로 글/김소영 옮김, 더숲, 2021.3.26.)

《당신의 사전》(김버금 글, 수오서재, 2019.9.3.)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곁책》, 《쉬운 말이 평화》,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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