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곁노래 2021.10.28.

곁말 10 밥투정



  어릴 적부터 못 먹는 밥이 잔뜩 있습니다. 둘레에서는 “뭐든 다 잘 먹어야 튼튼하게 자라지!” 하면서 제가 못 먹는 밥을 자꾸 먹였습니다. 입에도 속에도 와닿지 않는 먹을거리를 받아야 할 적에는 눈앞이 캄캄하더군요. 어떻게 이곳을 벗어나려나 아무리 생각해도 뾰족한 길이 없습니다. 둘레 어른들은 제가 코앞에 있는 밥을 말끔히 비워야 한다고만 여겨요. 눈을 질끈 감고서 입에 넣어 우물거리지만 목구멍에 걸립니다. 억지로 삼키면 이내 배앓이를 하거나 게웁니다. 거의 모두라 할 어른들은 ‘가려먹기(편식)’를 한다고 여겼어요. 그런데 마땅하지 않을까요? 몸에 안 받을 적에는 가려야지요. 다른 사람이 잘 먹기에 모든 사람이 잘 먹어야 하지 않아요. 사람마다 밥살림은 다르고, 옷살림도 집살림도 글살림도 다릅니다. “또 밥투정이야?” 하는 말을 들을 적마다 죽도록 괴로웠어요. 아이들은 왜 밥투정을 할까요? 싫거나 질리기도 할 테지만 ‘몸에 받을 만하지 않아’서입니다. 곰곰이 보면 ‘투정’이란, 모든 사람을 틀에 가두어 똑같이 길들이려 하면서 닦달하는 말 같아요. 다 다른 목소리를 듣고, 다 다르게 살림을 꾸리고, 다 다르게 말빛을 가꿀 적에, 비로소 함께 살아나며 즐거울 하루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투정은 안 나쁩니다.


ㅅㄴㄹ


밥투정 (밥 + 투정) : 어느 밥이 안 맞거나 싫다고 여기는 마음. 맞거나 좋다고 여기는 밥을 찾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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