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곁노래
곁말 7 때
모든 책은 때가 되면 손길을 받습니다. 손길을 받는 책은 천천히 마음을 보여줍니다. 책이 되어 준 숲은 사람들 손길·손때·손빛을 받으며, 새롭게 살아가면서 노래하는 길을 느끼고는, 나무라는 몸으로 받아들인 숨빛을 들려줍니다. 오늘은 다 다른 어제가 차곡차곡 어우러져, 앞으로 나아가는 꿈길을 심는 씨앗이지요. 우리는 이 씨앗을 말이라는 소리에 가볍게, 그리는 삶을 사랑이라는 별빛으로 얹어, 서로서로 웃고 나누는 살림으로 지핍니다. 아이가 가을을 맞이하며 뛰놉니다. 어른이 봄을 바라보며 아이를 안습니다. 여름은 비바람으로 하늘을 씻습니다. 겨울은 눈꽃으로 온누리를 보듬습니다. 하루는 별길을 따라서 걸어갑니다. 이때에 무엇을 느끼고 싶습니까. 저때에 누구하고 살아가고 싶습니까. 그때에 어떤 꿈씨를 살포시 묻으면서 살림을 짓고 싶습니까. 스스로 즐겁다면 티끌이 없어요. 스스로 즐겁지 않으니 티끌이라고 할 만한 때가 묻어요. 스스로 즐거우니 어느 때이든 노래해요. 스스로 안 즐거우니 노래도 춤도 이야기도 웃음도 눈물도 없어요. 소리도 모습도 같은 ‘때’인데, 스스로 어떻게 마음을 가다듬거나 생각을 추스르느냐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이는 두 가지 ‘때’입니다.
때 : ‘때 1’는 ‘오늘·하루·여기’라고 하는 흐름을 가리키는 이름이다. ‘때 2’은 ‘손길·숨결’이 타거나 묻어서 다르게 보이는 모습을 가리키는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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