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2021.10.16.

말 좀 생각합시다 72


 혼찰칵


  혼자 먹는 밥을 ‘혼밥’이라 하는 눈빛은 놀라웠습니다. 혼자 마시는 ‘혼술’ 같은 이름을 지은 눈매는 상냥했지요. 처음 ‘혼밥·혼술’이란 낱말이 퍼질 즈음, 여러 새뜸(신문·방송)에서 “‘혼밥’ 같은 말씨는 우리말을 파괴하지 않느냐?”고 물었어요. 이런 목소리나 걱정도 꽤 흔했습니다. 이때 저는 새뜸이며 이웃님한테 “‘혼밥·혼술’에다가 ‘혼집·혼살이’를 곁들이고, ‘함밥·함술’을 나란히 쓰면서 ‘함집·함살이’를 써도 즐겁고 멋스럽겠습니다.” 하고 얘기했습니다.


  영어로 ‘셰어하우스’를 한자말 ‘공유주택’으로 풀어내는 분이 제법 있습니다만, ‘함집·함살이’이라 하면 돼요. 요새 이곳저곳에 ‘공유’란 한자말을 덕지덕지 쓰는구나 싶은데 ‘함께’를 오롯이 붙여도 좋고, 단출히 ‘함-’만 앞에 넣어도 어울립니다.


  ‘홀·혼자’에 이어 ‘혼’이란 앞가지를 새로 얻듯, ‘같이·나란히·더불다’하고 비슷하면서 결이 살짝 다른 ‘함께’를 ‘함’으로도 살려쓰면서 ‘하나·함함하다·함초롬하다·함박비’ 같은 낱말이 얽히는 말타래를 돌아볼 만합니다.


  모름지기 모든 말은 즐겁게 쓰고 나누려는 마음에서 비롯합니다. 억지로 밀어붙이는 말이라면 달달 외워야 할 뿐 아니라 생각이 갇혀요. 배움수렁(입시지옥)은 모든 어린이·푸름이를 불구덩이에 몰아넣으면서 괴롭히는걸요. 끔찍하게 길들고 짓눌리면서 달달 외우기만 하는 나날이라면 말빛도 말결도 모두 죽어버립니다.


  혼놀이를 하듯 혼찰칵·혼찍을 합니다. 함놀이를 하면서 함찰칵·함찍을 합니다. 혼자이니 홀가분하게 혼노래를 불러요. 함께라서 함초롬히 함노래를 부릅니다. 혼자일 적에는 혼자이기에 즐거우면서 홀가분하다면, 함께일 적에는 함께라서 반가우면서 하나됩니다. 우리는 새길을 열면서 오늘을 빛내는 기쁜 몸짓이에요.


  혼길은 외롭지 않습니다. 호젓하게 나아가는 혼길입니다. 함길은 어깨동무입니다. 서로 어깨를 겯고 가장 여린 동무 발걸음에 맞추어 느긋느긋 나아갑니다. 혼밭을 일구고 함밭을 가꿉니다. 혼살림이 알뜰하고 함살림이 살뜰합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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