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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리토마토파이
베로니크 드 뷔르, 이세진 / 청미 / 2019년 3월
평점 :
숲노래 책읽기 2021.10.12.
인문책시렁 185
《체리토마토파이》
베로니크 드 뷔르
이세진 옮김
청미
2019.3.20.
《체리토마토파이》(베로니크 드 뷔르/이세진 옮김, 청미, 2019)는 할머니 이야기입니다. 할머니가 어떠한 마음과 생각으로 하루를 보내는가를 찬찬히 옮겼다고 할 만합니다. 할머니가 손수 이녁 삶자취를 글로 적을 수 있고, 할머니를 좋아하는 젊은이가 할머니 삶길을 눈여겨보거나 귀여겨듣고서 글로 옮길 수 있습니다.
우리 곁에는 늘 할머니가 있습니다. 아기도 아가씨도 아저씨도 할아버지도 늘 우리 곁에 있습니다. 다 다른 사람들은 다 다르게 맞이하는 하루를 다 다르게 노래하면서 살아갑니다. 푸른돌이가 할머니처럼 살지 않고, 할아버지가 푸른순이처럼 살지 않습니다. 아줌마가 어린돌이처럼 안 살고, 어린순이가 아저씨처럼 안 살아요.
모든 이야기는 삶자리에서 태어납니다. 다른 사람 삶이 아닌, 우리 삶을 들여다보기에 비로소 이야기를 얻고 펴면서 누립니다. 스스로 아팠기에 이웃이 아플 적에 어떻겠구나 하고 어림합니다. 스스로 자전거를 타며 바람을 갈랐기에 동무가 자전거를 타며 휙 바람을 가를 적에 어떻겠구나 하고 헤아립니다.
느긋이 살아가기로 해요. 서두르지 않아도 아기는 어린이로 크고, 푸름이로 자라며, 시나브로 철이 들면서 어른이라는 길에 섭니다. 서둘러 죽어야 할까요? 빨리 늙어야 할까요? 시골에서나 서울에서나 숱한 분들이 먼저 버스나 전철을 타려고 우르르 달려들거나 새치기를 하더군요. 아이를 툭툭 밀치면서 새치기하는 분 뒷통수에 대고 “빨리 죽고 싶어서 빨리 타야 하니 아이를 막 밀치고 다니시는군요?” 하고 으레 한마디를 합니다.
시골에서는 시골버스를 타는 사람이 뚜벅이랑 어린이·푸름이하고 할매할배하고 이웃일꾼(이주노동자)입니다. 시골버스를 타며 가만히 보면 어린이·푸름이가 자리를 내줄 적에 “고맙다”고 말하거나 “그대로 앉으렴” 하고 말하는 할매할배는 아주 드뭅니다. 예전에는 제법 있었으나, 갈수록 이처럼 말하는 할매할배가 자취를 감춥니다. 우리 삶터에서 ‘어른스러운’ 길이란 무엇일까요? 우리는 나이만 먹은 사람인지, 철이 들며 생각이 깊어 가는 사람인지, 언제라도 찬찬히 생각하면서 오늘을 지을 노릇이라고 봅니다.
ㅅㄴㄹ
살짝 걱정스러운 심정으로 애들을 지켜보다가 문득 궁금해졌다. 내가 아직 자전거를 탈 수 있으려나? (63쪽)
혼자 살아도 심심할 겨를이 없다. 할 일은 늘 있다. (172쪽)
살 만큼 살아 봤고 허다한 고뇌와 번민을 겪어 본 우리도 끝은 아직 모르기에. 우리의 끝, 이승을 떠나 빛으로 나아간다고 믿더라도 죽음은 늘 어둠과 결부된다. (216쪽)
내가 나이를 먹으면서 점점 더 이기적으로 변해가는 것 같다. 이제 나는 나 아닌 사람들의 괴로움을 살피려고 충분히 시간을 들이지 않는다. (274쪽)
애들은 오늘 저녁을 먹고 올라갔다. 애들은 파리에서 새해를 맞이하고 밤참을 먹을 거다. (35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