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넋 2021.9.27.

나는 말꽃이다 51 갓벗·아이어른



  뒷간(화장실)을 가르는 그림을 보면 순이(여자)가 드나들 곳에는 치마차림·빨강이요, 돌이(남자)가 드나들 곳에는 바지차림·파랑입니다. 이 씨가름(남녀구분)은 옳을까요? 바지를 즐기거나 치마를 안 입고 머리카락을 짧게 치기를 즐기는 순이가 많습니다만, “긴머리 치마 차림”을 순이로만 못박아도 될까요? ‘긴머리’인 돌이가 부쩍 늘었고 “치마 차림”인 돌이가 있는데, 이제는 겉모습·옷차림으로 갓벗·순이돌이(남녀)를 가를 수 없습니다. 억지로 순이차림·돌이차림을 몰아세우면 부질없어요. 우리말 ‘아이’나 ‘어른’은 순이나 돌이 한 쪽만 가리키지 않습니다. 굳이 순이하고 돌이를 가르지도 않아요. 따로 ‘갓벗·가시버시’나 ‘순이돌이’처럼 갈라서 쓸 수 있습니다만, ‘사내아이·계집아이’처럼 앞말을 덧달기도 합니다만, 겉모습·겉차림으로 구태여 가를 마음이 없는 우리말 밑넋을 읽을 만합니다. 우리도 이러한 말결을 찬찬히 읽으면서 이웃을 마주하면 아름답습니다. 긴머리에 배롱꽃빛 옷을 즐기고 곱상하게 생긴 아이를 애써 순이인지 돌이인지 가르기보다 ‘아이’라고만 하면 돼요. ‘어른’한테도 똑같아요. 뒷간을 비롯한 모든 곳에 ‘갓벗·순이돌이’를 가르는 그림·빛깔을 치우고 글씨만 크게 적으면 됩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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