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9.17.


《의》

 주나이다 글·그림/이채현 옮김, 비룡소, 2021.8.17.



지나가는 큰바람이다. 우리 집은 새뜸(신문·방송)을 다 안 보니 바깥에서 아무리 떠들든 안 쳐다본다. 둘레에서는 “태풍 지나간다는데 괜찮은가?” 하고 물으나 “큰바람이 지나갈 적에 왜 걱정해요?” 하고 되묻는다. 걱정이 걱정을 낳고, 버릇이 버릇을 낳는다. 그저 하늘을 보면서 바람하고 속삭이자. “이 땅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무엇을 배워야 하기에 찾아오니?”라든지 “우리가 앞길을 어떻게 그릴 적에 새롭고 아름다울까?” 같은 말을 바람한테 묻자. 아침이 지나니 비도 바람도 잦아들면서 볕이 뜨겁게 내리쬐고 하늘이 새파랗다. 일본 그림책 《の》를 옮긴 《의》를 어떻게 보아야 할까? 우리가 ‘일본말 그림책’으로만 본다면 일본사람이 ‘の’를 잔뜩 쓰든 말든 대수롭지 않다. 이와 달리 ‘우리말로 옮긴 그림책’으로 본다면, 그림결뿐 아니라 말결을 함께 살필 노릇이다. 여느 낱말책은 ‘-의’를 토씨로 삼지만, 기나긴 한겨레 말살림으로 본다면 “잇는 토씨”는 ‘-ㄴ’이나 ‘-은·-는’이다. 바깥말(외국말)을 배우는 분이 참 많은데, 우리말을 배우는 분은 왜 이렇게 드물까? 옮기든(번역) 스스로 쓰든(창작) 다 ‘우리말’로 하는데, 정작 우리말을 안 배우면서 무슨 글이나 책을 쓰거나 읽을까? 푸른 숲말을 배울 노릇이다.


わたしの 나의 → 나는

お氣に入のコ-トの 마음에 드는 코트의 → 마음에 드는 옷은

ポクットの中のお城の 주머니 속의 성의 → 주머니에 담은 성은


#の福音館 #junaida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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