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발걸음 2021.8.21.

삶자취 3 여행 다니셔요?



[물음] 무슨 짐이 그렇게 커요? 여행 다니셔요?


[얘기] 언뜻 봐도 온몸에 주렁주렁 매달고 다니지요? 먼저 어깨에 가로지르는 짐이 셋이에요. 하나는 손전화하고 쌈지하고 붓(연필)을 바로 꺼내는 작은 어깨짐이에요. 둘은 ‘낱말 모으기 꾸러미(수첩)’하고 ‘말밑·뜻풀이 적기 꾸러미’하고 ‘생각 담기 꾸러미’를 챙기는 어깨짐이에요. 셋은 ‘노래꽃(동시) 꾸러미’하고 ‘꽃글(동화) 꾸러미’를 챙기는 어깨짐이지요. 이렇게 어깨에 세 가지 짐을 가로지르고 등짐을 메는데, 등짐에는 무릎셈틀(노트북)하고 옷하고 책입니다. 뭐 등짐은 거의 책으로 꽉 채웁니다. 여기에다가 커다란 천바구니를 하나 더 들지요. 찰칵이(사진기)랑 빈 천바구니 여럿을 여기에 담고, 길을 걸어가며 읽을 책을 두 자락쯤 담습니다. 등짐에 다 못 담을 만큼 책이 넘치면 빈 천바구니에 책을 나눠 담아요.


그냥 보자면 마실꾼(여행자)처럼 보일 텐데, 저는 딱히 마실(여행)을 다닌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알고 보면 ‘책집마실’을 한다고 말할 만하지만, 제 일거리인 말꽃짓기(사전 집필)를 할 적에 곁에 둘 숱한 책을 찾아나서려고 길을 떠납니다. 말꽃(사전)을 지으려면 새책뿐 아니라 헌책을 두루 살피고 읽고 새겨야 해요. 갓 나온 책은 오늘날 흐름을 읽는 징검돌이라면, 한참 예전에 나온 책은 지난날 자취를 읽는 징검돌이에요. 모든 책을 안 가리고 다 읽어야 모든 말을 고스란히 헤아리면서 말꽃에 얹고 뜻풀이하고 보기글을 붙일 수 있습니다.


요새는 말꽃 하나만 쓰지 않고, 노래꽃(동시)하고 꽃글(동화)을 함께 써요. 낱말풀이를 넘어, 낱말이 우리 삶터에서 어떻게 피어나는가를 스스로 밝혀서 쓰는데요, 보금자리가 있는 시골에서는 조용히 숲을 품으면서 말빛을 가다듬고, 서울·큰고장에서 책집을 찾아다닐 적에는 천천히 마을·골목을 걸으면서 말결을 추슬러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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