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8.13.


《난 삼백 살 먹은 떡갈나무야!》

 제르다 뮐러 글·그림/이원경 옮김, 비룡소, 2020.7.27.



올해 첫 무화과를 누린다. “우리 집 무화과”는 우리 집에 어울리는 맛. 달달하되 지나치지 않다. 해바람비흙을 듬뿍 머금은 맛. 우리 집 열매를 먹든, 가게에서 사다 먹든, 손에 쥐거나 눈으로 보거나 혀에 닿으면 다 다른 맛이 퍼진다. 이 열매가 그동안 무엇을 받아들인 삶길인지 속눈에 훤히 보인다. 비닐집에서 키운 열매는 비닐맛하고 비닐냄새가 난다. 《채소의 신》이란 책에 나오기도 하는데, 비닐집에서 키운 열매나 풀죽임물을 잔뜩 머금은 열매를 먹어야 할 적에는 더더욱 사랑을 기울여 달래야 한다. 《난 삼백 살 먹은 떡갈나무야!》를 읽었다. 아이들은 한 벌 읽고 더는 안 읽는다. 나쁘거나 아쉬운 책이라 더 안 읽지는 않는다. 우리 집 아이들은 “우리 집 나무”를 늘 보니, 그림책에 나오는 나무 이야기는 휙휙 건너뛰곤 한다. 갈수록 풀꽃나무나 숲을 다루는 그림책이나 글책이 늘기는 하되, “늘 풀꽃나무나 숲을 곁에 두는 보금자리에서 살아가며 다루는 그림이나 글”은 아직 드물다. 풀꽃나무나 숲을 “구경하러 가서 이따금 둘러본 눈빛”으로 담은 책이 너무 많다. 왜 서울을 못 떠날까? 왜 시골로 못 갈까? 왜 숲으로 들어서지 않을까? 손전화를 끄고 숲에 깃들어 나무를 품으면 그림꽃 글꽃이 흐드러지게 쏟아지는데.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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