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빛

책하루, 책과 사귀다 37 졸업장



  우리 아버지는 어린배움터(초등학교) 버금어른(교감 선생님)으로 일할 무렵부터 교육대학교 밤배움(야간학부)을 다니며 ‘열린배움터 마침종이(대학교 졸업장)’를 따냅니다. 이윽고 교육대학원까지 다니며 마침종이를 더 땁니다. 아버지는 으뜸(수석)으로 마치시던데, 여든 살에 접어든 오늘 돌아보면 마침종이는 무슨 뜻일까요? 마침종이를 얻기에 어린이를 더 헤아리거나 사랑할까요, 아니면 마침종이가 없더라도 어린이를 헤아리거나 사랑하는 마음을 키울 만할까요? 마침종이가 없이 즐겁게 살아가는 사람은 ‘글님 배움자취’를 안 따집니다. 남들이 많이 보는 책이 아닌, 스스로 마음으로 헤아리는 책을 만납니다. 얼굴을 안 꾸미고, 꽃가루(화장품)를 안 바르고, 옷차림을 안 따지고, 두 다리로 걷는 사람도, 널리 알려진 책을 굳이 안 건드려요. 속살이 아름다운 책에 흐르는 사랑을 살펴서 하루를 노래합니다. 지난날 헌책집지기는 거의 다 배움끈(학력)이 없거나 얕았지만, 책사랑 하나만큼은 으뜸이었어요. 오늘날 책집지기 가운데 열린배움터(대학교)를 안 다니고 홀가분히 ‘고졸·중졸·무학’인 분은 몇 안 됩니다. ‘마침종이나라(학벌사회)’를 부드러이 녹여 아름나라·사랑나라로 가려면 삶자리부터 어떻게 가다듬으면 좋을까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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