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마실
풀꽃나무 이야기 (2021.7.10.)
― 익산 〈그림책방 씨앗〉
인천이란 고장에서 나고자라면서 쓰던 글은 바다하고 하늘을 바탕으로 골목마다 새롭게 피어나는 골목꽃하고 골목나무 이야기였습니다. 고흥이란 고장으로 옮기면서 쓰는 글은 우리 아이들이 스스로 새롭게 바라보기를 바라는 풀꽃나무 이야기입니다. 아이들이 열 살을 지날 즈음까지는 노래꽃(동시)을 신나게 썼고, 큰아이가 열두 살을 접어들 즈음 글꽃(동화)을 쓰자고 생각합니다. 말꽃(사전)을 쓰다가 온갖 말빛이 춤추면 가만히 보다가 문득 붓을 쥐어요. 노래꽃도 글꽃도 한달음에 쏟아집니다. 붓을 못 멈춰요. 팔목도 손목도 뻑적지근하도록 글물결이 일렁여요.
인천에서 서울을 거쳐 기차로 익산으로 가는 길에 ‘빗방울’이라는 글꽃을 써냅니다. 익산 〈그림책방 씨앗〉에서 아이를 사랑하는 여러 어버이하고 함께 읽었어요. 쓰기로는 제 마음하고 눈하고 손을 거친 글꽃이지만, 혼자 써냈다고는 느끼지 않아요. 곁님하고 아이들이 함께 짓는 살림자리에서 피어나는 이야기요, 온누리 이웃님이 저마다 사랑으로 하루를 짓는 숨결을 맞아들여서 여미는 이야기입니다.
문득 생각합니다. 아줌마가 아저씨한테 “페미니즘 책을 읽히면 서로 싸우자”는 뜻이 되기 쉽겠더군요. 페미니즘은 안 나빠요. 그러나 크게 빠진 대목이 있어요. 바로 살림입니다. 누가 살림을 맡아야 즐거울까요? 어떻게 살림을 지어야 사랑일까요? 아이는 살림을 어떻게 배우며 가꿔야 아름다울까요?
아저씨는 ‘페미니즘’이 아닌 ‘살림을 사랑으로 노래하는 삶을 즐겨’야지 싶습니다. 어린씨하고 푸름씨는 아저씨랑 아줌마 곁에서 ‘오늘을 웃고 노래하고 춤추면서 소꿉놀이를 살림놀이로 지피는 어질고 착하고 상냥하게 신나고 아름다워 사랑스러운 하루를 누려’야지 싶습니다. 아저씨란 몸으로 아이들하고 살림놀이(또는 소꿉놀이)를 하는 길에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같은 책도 썼어요. 누가 더 하거나 덜 해도 좋을 집안일이 아닌, 아이어른이 함께 웃고 노래하며 살림순이에 살림돌이로 피어나면 즐겁더군요.
오늘날 배움터(학교)는 삶터나 살림터가 아니지요. 배워서 길들이려는 곳인 나머지, 아이어른 모두 스스로 묻도록 안 가르치고 말아요. 우리 보금자리는 삶터나 살림터로 나아갈 적에 언제나 스스로 하루를 그리며 살아갈 노릇이니, 스스로 묻고 스스로 배워서 스스로 사랑하는 삶길이나 살림길로 피어나지 싶습니다.
마을책집 〈그림책방 씨앗〉에서 그림책을 돌아봅니다. 아이어른이 살림빛을 함께 가꾸고 지으며 노래하는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을 살핍니다. 재미난 그림책도 안 나쁘지만, 이보다는 사랑으로 살림하는 오늘을 노래하는 그림책이 즐거워요.
ㅅㄴㄹ
《난 삼백 살 먹은 떡갈나무야!》(제르다 뮐러/이원경 옮김, 비룡소, 2020.7.27.)
《일요일, 어느 멋진 날》(플뢰르 우리/김하연 옮김, 키위북스, 2021.7.1.)
《여름날, 바다에서》(파울라 카르보넬 글·마저리 푸르쉐 그림/성소희 옮김, 달리, 2020.6.15.)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곁책》, 《쉬운 말이 평화》,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