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7.11.


《모국어를 위한 불편한 미시사》

 이병철 글, 천년의상상, 2021.5.3.



큰아이하고 들길을 걷다가 “잠자리 얼마 안 되네?” 하고 말하며 어릴 적에 인천에서 본 잠자리를 그린다. “아버지 어릴 적에는 잠자리가 많았어요?” “그때에 시골에는 잠자리가 훨씬 많았겠지만, 요즈음 시골에서 보는 잠자리보다, 예전 인천에서 본 잠자리가 훨씬 많구나.” 이렇게 얘기를 하다가 조금 걸으니 잠자리가 늘어난다. “어라, 잠자리가 꽤 늘었네? 설마 잠자리가 우리가 하는 말을 듣고서 ‘뭘 모르시네?’ 하면서 찾아와 주나?” 면소재지로 자전거를 달려 우체국을 다녀오는 길에 잠자리떼가 나하고 함께 달린다. 그런데 길바닥에 잠자리 주검이 수북하게 굴러다닌다. 이 길을 씽씽 달리는 자동차에 치여죽은 아이들이다. 잠자리는 자전거한테 치여도 비틀거린다. 잠자리는 자동차한테 치이면 바로 죽는다. 《모국어를 위한 불편한 미시사》를 읽다가 덮고 또 읽다가 덮기를 되풀이한다. 글을 재미나게 쓰셨구나 싶으나, 어쩐지 겉멋이 눈에 밟힌다. 글멋을 안 부리고 삶자취를 차분히 담으면 훨씬 멋스런 이야기책이 될 만하지 싶다. 멋이란 부린다고 해서 안 생긴다. 삶을 노래하면 저절로 멋스럽다. 숱한 분이 글멋을 부리는데, ‘글멋 = 자랑’으로 빠지기 일쑤이다. ‘삶글 = 나눔’이 되지. 그저 삶을 쓰시기를 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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