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마실


거리를 걸으면 (2021.6.26.)

― 대전 〈우분투북스〉



우리는 어느 곳에서 살더라도 온눈(모두 보는 틔운 눈)으로 바라볼 수 있습니다. 오늘 우리가 살아가는 터전에 따라 바라보기 마련입니다. 부릉부릉 찻길을 메우는 소리가 가득한 곳에서는 부릉노래를 바탕으로 바라보고, 촤륵촤륵 빗소리가 넘실거리는 곳에서는 빗소리를 밑틀로 바라보며, 멧새 노랫소리나 벌나비 날갯짓소리가 가득한 곳에서는 멧새랑 벌나비가 베푸는 소리에 기대에 바라봅니다.


대전 지족산 곁에 있는 마을책집에 찾아간 다음에 열린배움터(대학교) 곁에 깃든 〈우분투북스〉로 찾아가려고 시내버스를 기다립니다. 서울 못지않게 부릉노래가 넘실거립니다. 버스에 타기 앞서도, 버스를 타고 달려도, 버스에서 내려 걸어도 부릉노래는 이 고장을 가득 채웁니다.


한여름에 땀내어 책집으로 걸어가는 길에 생각합니다. 이 고장뿐 아니라 웬만한 고장은 부릉노래로 춤춥니다. 새도 벌나비도 풀꽃나무도 아닙니다. 비도 바람도 눈도 구름도 아닙니다. 그저 부릉부릉 시끌벅적하고, 갖은 틀(기계)이 부딪는 소리가 북새통입니다. 이러한 곳에서 스스로 고요하거나 새롭게 소리를 키울 만할까요? 이러한 터에서 스스로 돌보거나 사랑하려면 무엇을 보거나 들을까요?


책집에 깃드니 자잘한 소리가 모두 사라집니다. 책집 골마루를 거닐며 바깥소리에 마음을 빼앗길 일이 없습니다. 적어도 이곳에서만큼은 푸르게 마음을 가다듬고 파랗게 하늘을 품을 만합니다. 삶을 노래하는 책을 곁에 두기에 마음도 몸도 싱그러이 달래거나 다스리는구나 싶습니다.


책집에서 다리도 마음도 포근히 쉬고서 바깥으로 나오면 새삼스레 갖가지 자잘한 소리가 춤춥니다. 우리는 이 온갖 소리에 잡아먹힐 수 있고, 잡아먹히기 싫어 스스로 부릉이(자동차)를 건사할 수 있고, 부릉이를 아랑곳않고 스스로 살림빛으로 노래할 수 있습니다.


거리를 걸을 적마다 봄꽃 여름꽃 가을꽃 겨울꽃을 누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 시골뿐 아니라 큰고장 어디에서나 나무가 우거지기를 바랍니다. 마을마다 조촐히 책집이 깃들어 다리도 마음도 눈도 쉴 만하기를 바랍니다. 열린배움터 젊은이가 틈틈이 책집마실을 하면서 푸른넋으로 나아가도록 다스리기를 바랍니다.


손쉽게 읽을 책이 아닌, 가리고 살피고 추려서 읽을 책입니다. 값싸게 사들일 책이 아닌, 제값을 치러서 누리고 나누고 노래할 책입니다. 왜냐하면 우리 삶은 저마다 아름다우니 이 빛을 펴고 맞아들일 노릇이거든요. 아름살이로 나아가는 아름손길로 아름책을 곁에 둔다면 우리 삶자리는 모두 아름터가 되리라 생각해요.


ㅅㄴㄹ





























《숲에서 한나절》(남영화, 남해의봄날, 2020.9.15.)

《대마와 대마초》(노의현, 소동, 2021.1.1.)

《충실한 정원사》(클라리사 에스테스/김나현 옮김, 휴먼하우스, 2017.11.15.)

《모국어를 위한 불편한 미시사》(이병철, 천년의상상, 2021.5.3.)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곁책》, 《쉬운 말이 평화》,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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