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2021.6.20.

숨은책 499


《한국의 굿 5 평안도 다리굿》

 김수남 사진

 황루시·김열규·이보형 글

 열화당

 1985.3.20.



  어릴 적 곳곳에서 굿집을 보았습니다. 굿집에서 사는 동무도 여럿 있습니다. 어느 아이는 굿집을 숨기고, 어느 아이는 스스럼없습니다. 굿집이건 쌀집이건 책집이건 자랑거리도 숨길거리도 아닐 텐데, 배움터에서는 굿을 나쁘게 여기도록 얘기했습니다. 아이가 몹시 아플 적에 곧잘 굿을 했어요. 저는 워낙 여린 몸이라 “얜 굿을 해야 나으려나?” 소리를 들었어요. 칼로 째거나 뭘 먹으며 낫기도 할 테지만, 온마음을 기울여 튼튼하기를 비는 굿판일 텐데 싶어요. 푸른배움터까지 마치고 인천을 떠나 서울에서 살며 굿을 다룬 책을 하나둘 스스로 챙겨서 읽었습니다. 《한국의 굿》 꾸러미는 열일곱 살에 처음 만났고 스무 살을 넘어서며 모두 챙겨 읽었는데, 인천은 바닷마을이기에 굿집이 그렇게 많을밖에 없더군요. 바닷일을 하러 멀리 나가는 뱃사람이 걱정없기를 비는 굿이 흔했다더군요. 오래도록 우리 곁에 있던 굿인데, 지난날 어린배움터(국민학교)는 왜 굿을 낡고 나쁘다고만 다뤘을까요? 인천에서 두고두고 내림으로 흐르던 굿살림을 문화·문화재로 보는 눈길을 왜 진작 키우지 못했을까요? 수수한 살림자리에서 조촐히 잇는 삶에는 ‘문화·예술·전통’ 같은 한자말 이름을 거의 안 붙이던 버릇 탓일까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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