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에 썼습니다 - 내 하루를 살리는 10분
돌고래 지음 / 버찌책방 / 2020년 5월
평점 :
품절


숲노래 책읽기 2021.6.14.

인문책시렁 188


《출근길에 썼습니다》

 돌고래

 버찌책방

 2020.5.5.



  《출근길에 썼습니다》(돌고래, 버찌책방, 2020)는 숨통을 트는 길을 남이 아닌 나한테서 스스로 찾은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아침에 집을 나서서 저녁에 돌아오는 하루를 보내는 쳇바퀴라지만, 스스로 틈을 내어 몇 마디나 몇 줄씩 적은 생각이 차곡차곡 모여 어느덧 꾸러미가 됩니다. 책으로 묶을 만하지요.


  똑같은 일을 하기에 쳇바퀴이지 않습니다. 일터를 아침저녁으로 오가기에 쳇바퀴이지 않아요. 스스로 생각하지 않기에 쳇바퀴요, 스스로 움직이지 않으니 쳇바퀴입니다. 배움터나 일터에서 모두 똑같은 옷차림이 되도록 하는 밑뜻을 읽을 노릇입니다. 다 다른 사람이 다 다르게 생각해서는 나라(정부)·터전(사회)·배움터(학교)·일터(회사)·믿음터(종교)가 돌아가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다 다른 사람이 다 다르게 생각하면 저마다 스스로 즐겁게 보금자리를 짓고 돌보거든요.


  다 다른 사람이 모두 똑같이 생각하기에 나라(정부)·터전(사회)·배움터(학교)·일터(회사)·믿음터(종교)가 시키는 대로 고분고분합니다. 이때 나라·터전·배움터·일터·믿음터는 쳇바퀴에 스스로 들어서는 사람한테 떡고물(월급)을 주고, 이 떡고물에 길들입니다. 나라·터전·배움터·일터·믿음터가 들려주는 말만 옳다고 여기도록 가르치지요(훈육·훈련).


  사랑으로 짓는 보금자리에서는 길들이거나 가르치지 않습니다. 서로 돌보면서 사랑합니다. 떡고물·돈으로 굴러가는 나라·터전·배움터·일터·믿음터는 서로 돌보거나 사랑하지 않아요. 언제나 길들이거나 가르치려 들면서 ‘다 다른 사람이 모두 똑같이 쳇바퀴에 스스로 갇혀서 스스로 안 빠져나가도’록 울타리를 쌓습니다.


  숨통을 트려면 스스로 생각해서 스스로 글을 쓰고, 이 글을 스스로 책으로 여미어서 읽으면 됩니다. 맨 먼저 ‘우리가 스스로 쓴 글을 즐겁게 읽고 사랑하’면 됩니다. 우리 스스로 ‘우리가 쓴 글’을 마음으로 읽고서 사랑할 줄 안다면, 이제부터는 이웃이나 동무가 쓴 글을 마음으로 읽고서 사랑하는 눈을 틔웁니다.


  온누리 모든 이웃님하고 동무님이 스스로 쓰고 스스로 책을 엮고 스스로 읽으면서 스스로 사랑하면 좋겠습니다. 이렇게 ‘참사랑(나사랑)’을 가만히 연다면, 우리를 둘러싼 아름다운 여러 이웃 눈길하고 동무 손길을 새롭게 느끼면서 이 땅에 풀꽃누리로 거듭나는 길을 함께 걸어갈 테지요.


  수수한 아버지가 쓴 《출근길에 썼습니다》에서 한 가지는 아쉽습니다. 이 책을 글님 아이가 열 살이나 열두 살이 될 무렵 읽을 수 있도록 좀더 ‘수수하고 쉽고 부드러이’ 가다듬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 쓸 다음 책은 ‘수수한 말·삶말·쉬운말·사랑말’로 손질해 보시기를 바라요.


ㅅㄴㄹ


글쓰기가 숨통을 틔우고 심장을 뛰게 했다. 단조로운 일상 속에서 글감을 찾고 어떻게 쓸 것인가를 고민하는 짧은 시간이 행복했다. (11쪽)


‘늙다’라는 말의 의미는 혹시 ‘늘다’와 ‘가다’의 합성어가 아닐까 생각한다. 흐르는 세월에 던진 말과 행동이 가라앉아 겹겹이 쌓인다. (35쪽)


새벽부터 일어나 추석 기차표를 예매했다 / 대기자만 만 명. 사십 분을 기다려 / 오는 표는 예매했지만 가는 표를 구하지 못했다 / 분통이 터져 참지 못하고 소리를 질렀다 / 만삭의 아내가 화들짝 놀라 잠에서 깼다 (117쪽)


양심의 노예도 아니고 규칙과 질서를 모르는 아이들은 본성 그대로 표현한다. 우리는 성인이 되어 그대로의 나를 잊고서 아이들의 순수함을 미워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부럽고 그리워서. (13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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