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꽃

나는 말꽃이다 30 텃말



  텃밭이 있고, 텃새가 있습니다. 이처럼 어느 곳을 즐기거나 반기면서 오래오래 누리려고 하는 마음을 담아 ‘텃-’을 붙이니, ‘원주민·선주민·토착민’이 아닌 ‘텃사람’이요, ‘토종씨앗’이 아닌 ‘텃씨’이자, ‘토박이말’이 아닌 ‘텃말’입니다. 살아가는 터인 ‘삶터’입니다. 살림하는 터인 ‘살림터’입니다. 사랑스럽거나 사랑할 만한 ‘사랑터’예요. 터를 이루면서 두고두고 즐거이 나눌 만한 말인 텃말이라는 얼거리를 읽는다면, 텃말은 매우 대수로우면서도 수수한 줄 느끼리라 봅니다. 네, 대수롭기에 수수합니다. ‘하다·보다·있다·가다·쓰다’란 낱말이 없다면 아무 말도 못합니다. ‘못·안’을 안 쓰고도 말을 못 하지요. 더없이 대수롭고 값진 말(바탕말·밑말)인데요, 이 대수롭고 값진 말일수록 그저 수수하지요. 흔하고 쉽게 누구나 쓰는 말입니다. ‘사랑’이란 낱말은 가장 아름답지만 가장 수수하다지요? 그러니까 텃말이라 하면, 살려쓸 말이 아닌 대수로우면서 수수한 말입니다. 살려쓰자며 외워야 할 말로는 텃말이 안 됩니다. 녹아들고 스며들면서 즐겁게 맞이할 텃말입니다. 한 가지만 있으면 될 텃말이 아니라, 사람마다 고장마다 다 다르게 있으면 한결 푸짐할 텃말입니다. 삶터가 다르니 텃말도 다 달라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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