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꽃

나는 말꽃이다 29 삶말



  ‘삶말’은 한자말 ‘생활어(生活語)’를 풀어낸 낱말이 아닙니다. ‘생활문(生活文)’이나 ‘수필(隨筆)’을 옮겨서 ‘삶글’이지 않습니다. 삶말·삶글을 다루자면, ‘글·말’이 어떤 길을 거쳐서 우리 앞에 나왔는가 하는 수수께끼랑 실마리를 풀어야 합니다. 거듭 말하지만, 한자말이나 일본 말씨나 영어를 풀어내는 겉말이 아닌, 우리가 사람이라는 숨결로 이 푸른별에서 살아가는 길에 스스로 짓는 사랑이 어떤 꿈을 품으면서 비롯했느냐를 읽는 속말로 바라보길 빕니다. 텃말(토박이말)을 캐내려고 너무 애쓰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텃말 살피기도 뜻있습니다만, 텃말을 캐느라 바쁜 나머지 스스로 삶을 사랑하는 살림으로 즐겁게 새말을 짓는 길(사투리 쓰기)에서 벗어나면, 그만 애써 캐낸 텃말은 일본 한자말이나 영어보다 어렵거나 낯선 말씨가 되기 쉽습니다. 복숭아는 ‘복숭아’이면서 ‘복숭·복사·복새·복숭개’를 비롯한 갖은 사투리가 있습니다. 굳이 서울말로만 복숭아를 가리켜야 하지 않아요. 서울말 ‘명아주’ 아닌 사투리 ‘도트라지’를 써도 즐겁습니다. 스스로 사투리를 쓰면서 ‘사투리로 지은 말밑·얼개’를 살피는 길이 슬기롭고 즐겁습니다. 스스로 짓기에 삶이듯, 스스로 생각을 지어서 쓰기에 삶말입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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