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5.27.


《소로의 일기》

 헨리 데이비드 소로/윤규상 옮김, 갈라파고스, 2020.7.30.



셈틀맡에서 일할 적에는 이 일만 그린다. 셈틀을 끄고 풀밭에 서면 풀밭만 담는다. 이제 글꾸러미를 펼치고 붓을 쥐면 노래꽃만 떠올린다. 누구한테 가는 노래일까. 님한테 갈 테지. 어느 님한테 갈까. 사랑스러운 이웃님이며 동무님한테 갈 테지. 그 이웃이나 동무가 반길까. 몰라. 잊거나 안 반길 수 있어. 왜냐하면 노래꽃이 노래인 줄 읽으려면 우리가 누구나 스스로 꽃노래인 줄 받아들이면 되는데, 스스로 꽃으로 피어날 노래라는 대목을 받아들이기보다는 ‘아픈 넋’이라는 생각에 갇히려는 사람이 많거든. 혼잣말 아닌 혼잣말을 구름이며 별을 바라보다가 바람하고 놀면서 쓰고 나면 어느새 바람대로 별빛대로 내 손을 떠난다. 《소로의 일기》를 읽다가 자꾸 덮는다. 옮김말이 너무 ‘소로스럽지 않기’ 때문이다. 소로란 사람이 쓴 글을 옮기는 분이 소로처럼 숲이나 두멧골에 조용히 깃들면서 옮기기란 어려울는지 몰라도, 마음으로는 숲사람이 되어서 옮겨야 할 텐데. 한숨짓는 소리를 들은 곁님이 “그러니까 내가 영어책을 읽으려고 영어를 배우잖아.” 하고 한마디. 숲을 읽으려면 스스로 숲이 되어야 하고, 소로를 옮기려면 스스로 소로가 되어야 한다. 글을 쓰려면 스스로 글이 되고, 책을 읽으려면 스스로 책이 되면 다 된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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