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

책숲하루 2021.5.17. 전말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국어사전 짓는 서재도서관)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새벽에 끙 하면서 자리에 눕습니다. ‘전말’이란 한자말을 풀자니 ‘전모’하고 맞물립니다. 두 한자말은 거의 똑같이 쓰되, 우리 스스로 어떻게 풀어내어 말빛을 살리면 좋을는가를 제대로 헤아리지 않는구나 싶더군요.


  새벽에 일어나서 한참 붙잡으며 풀어내는 동안 ‘규명·파악’을 더 잘게 끊어내는 길을 짚고, ‘비평·평가·논하다’가 얽힌 실타래를 풀고, ‘방정식’을 얼마나 아무 데나 쓰는가를 돌아본 뒤, ‘예술’ 같은 일본스런 한자말을 우리가 얼마나 아무렇게나 덕지덕지 붙이는가를 살핍니다.


  모든 말은 실타래처럼 잇습니다. 한 가지만 풀어내지 않습니다. 늘 여러 낱말을 묶어서 풀어요. 밥짓기가 도마질만이 아니라, 텃밭일만이 아니며, 물맞춤만이 아니듯, 모두 하나로 엮어서 흐르듯, 말빛을 찬찬히 추슬러서 즐겁게 쓰는 길도 ‘우리 생각을 나타내는 모든 말을 처음부터 끝까지 새롭게 따져’야 실마리를 풉니다.


  아마 이 때문에 말을 말답게, 그러니까 우리말을 우리말답게 쓰려고 생각하거나 살피는 사람이 드물구나 싶어요. 어떤 생각을 어떤 말이라는 그릇에 담더라도 ‘처음부터 끝까지 몽땅 다시’ 혀에 얹어야 하거든요.


  몇몇 벼슬꾼이나 막말꾼만 ‘아무 말 큰잔치’를 하지 않습니다. 우리도 똑같아요. 엊저녁에 《풀밭에 숨은 보물 찾기》란 그림책을 읽는데, 그림이나 짜임새는 좋아도 그림 곁에 붙인 글은 모조리 엉성하더군요. 차라리 글은 한 줄도 안 넣으면 좋았을 텐데 싶어요. 이를테면 “햇살이 따뜻해지면 …… 엎드려 있던 …… 풀들 사이로 …… 몇 개가 있나요 …… 초록색으로 변할 거예요 …… 귀 기울이게 돼요 …… 굴속으로 숨었어요 …… 집 근처에는 카펫 같은 솔이끼 …… 옆의 다른 굴”처럼 글을 참 아무렇게나 쓰더군요. 글붓으로 이 모든 얄딱구리한 말씨를 고쳐 놓다가 머리가 아팠습니다. 너무하니까요. 이런 글을 그대로 책으로 찍어내어 어린이한테 읽히려 하다니, 그린이도 엮은이도 너무한 노릇입니다.


  줄거리만 좋다고 좋은 책일 수 없습니다. 이야기만 잘 짠다고 좋은 말일 수 없습니다. 낱낱이 보고 차곡차곡 가다듬어 발걸음마다 빛나야 즐겁게 나눌 책이자 말입니다. 다 보아야 합니다. 앞뒤를 보고 뜻으 흐르는 길을 봐야지요.


  그나저나 ‘전말·전모’를 어떻게 풀어냈느냐 하면, 바로 앞에 적은 다섯 줄에 제법 적어 놓기도 했고, 이 하루쓰기에 슬쩍슬쩍 실마리를 써 놓았습니다.


ㅅㄴㄹ


*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http://blog.naver.com/hbooklove/220188525158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지기(최종규)가 쓴 책을 즐거이 장만해 주셔도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짓는 길을 아름답게 도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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